닫기

“기다리라며 5개월째 월급 밀려”…익명 제보가 밝혀낸 체불의 민낯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02010000676

글자크기

닫기

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2. 02. 17:23

재직자 익명제보로 임금체불 63.6억 적발…근로자 4775명 피해
병원·음식점·제조업서 포괄임금 악용·최저임금 미달 사례 확인
시정지도 통해 48.7억 청산…청산 거부 사업장은 형사 조치
임금체불
본 이미지는 AI 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월급을 5개월째 체불하면서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 당당한 이사의 태도에 임금 받기를 포기했습니다."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익명으로 털어놓은 이 한마디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던 임금체불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재직자 익명제보를 토대로 상습 체불 의심 사업장을 기획 감독한 결과, 모두 63억6000만원 규모의 체불임금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재직자의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상습 체불이 의심되는 사업장 166곳을 대상으로 집중 기획 감독을 실시했다고 2일 밝혔다. 그 결과 152곳(91.6%)에서 55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150곳에 시정지시를 내렸고, 6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8곳은 즉시 범죄인지했다.

임금체불은 전체 위반 사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감독 결과 118곳에서 근로자 4775명의 임금 63억6000만원이 체불됐다.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공짜노동' 사례가 12곳에서 확인됐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한 사업장도 2곳 적발됐다.

한 병원은 내부 비리와 자금난을 이유로 직원 92명의 임금과 법정수당, 연말정산 환급금 등 6억6000만원을 체불했다. 해당 병원은 기부캠페인 등 복지사업을 외부에 홍보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개월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부의 감독 이후 이 병원은 법인 보유 자금을 전용해 체불액 전액을 청산했다.

음식점과 호텔, 제조업체 등에서도 임금체불이 잇따랐다. 한 음식점은 월 고정액 포괄임금 계약을 맺고 1년 가까이 연장·야간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한 호텔은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보니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임금체불 외에 장시간 노동과 기초노동질서 위반도 다수 적발됐다. 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위반이 31곳에서 확인됐고, 근로조건 미명시 및 서면 미교부는 68곳, 취업규칙 미신고는 32곳에 이른다.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퇴근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다시 출입 기록 없이 들어와 일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으며, 노동부는 카드태깅 기록과 임금 산정 자료를 포렌식 방식으로 분석해 위법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부가 시정지도를 병행한 결과, 118곳 가운데 105곳에서 근로자 4538명의 체불임금 48억7000만원을 즉시 청산했다. 다만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청산 의지가 없다고 판단된 7곳에 대해서는 형사 조치가 이뤄졌다.

노동부는 이날부터 '재직자 익명제보센터'를 상시 운영한다. 재직 중에는 실명 신고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제보를 통해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 등을 조기에 포착하겠다는 취지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한 기획 감독 규모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회사를 다니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많다"며 "숨어 있는 체불을 찾아내는 재직자 익명제보를 통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위법 행위를 계속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