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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하코다테, 지방소멸 해법을 묻다] ⑥눈보라 속 부르고뉴 포도밭…하코다테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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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2. 17. 08:43

수산도시 외연 확장…바다 의존 줄이는 또다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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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몽티유 & 홋카이도'('de MONTILLE & HOKKAIDO') 와이너리 바깥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포도밭/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눈은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밀려왔다. 바람에 실린 눈발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몰아쳤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하코다테 항구를 벗어나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풍경은 사라지듯 하얗게 지워졌다. 농지는 눈으로 덮였고 포도밭은 줄기만 드러낸 채 전부 눈 속에 잠겨 있었다.

하코다테 시가지에서 차량으로 약 20분가량 이동하면 항만과 시가지를 벗어나 완만한 구릉지대가 나타난다. 눈으로 덮인 포도밭과 함께 와인생산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해협을 따라 형성된 수산업 중심 산업 구조 속에서, 이 지역은 최근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병행하는 새로운 농식품 산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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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몽티유 & 홋카이도'('de MONTILLE & HOKKAIDO') 와이너리의 야노 하유루(矢野映) 총괄책임자(General Manager)가 1층 와인바에서 하코다테의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2월 6일 오후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가 참여하는 드 몽티유 & 홋카이도'('de MONTILLE & HOKKAIDO') 와이너리를 찾았다. 현장 설명을 맡은 야노 하유루(矢野映) 총괄책임자(General Manager)는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을 순서대로 안내했다.

아노 총괄책임자는 하코다테에서의 포도재배가 "처음부터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재배 단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겨울 환경이었다. 홋카이도 남부 특유의 해풍과 낮은 기온 때문에 일부 포도나무가 동해 피해를 입었고, 묘목 생육 속도도 예상보다 늦었다고 밝혔다. 그는 포도 품종 관리 방식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재식 간격을 조정하고 전정 시기를 바꾸었으며, 겨울철에는 가지 높이를 낮춰 월동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바람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식재 방향과 지주 구조를 바꿨다고 했다. "외국 재배 방식 그대로는 적용되지 않아 현지 조건에 맞게 다시 설정해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포도 수확 시기 역시 고정하지 않는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매년 기상 조건에 따라 당도와 산도를 확인해 수확 시점을 결정하며, 일정 날짜를 기준으로 작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포도는 지역 농가에서 재배된 뒤 수확기에 맞춰 시설로 들어온다. 선별과 압착을 거쳐 발효 탱크로 옮겨지고 일정 온도에서 발효가 진행된다. 이후 숙성을 거쳐 병입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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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 하유루(矢野映) 총괄책임자(General Manager)가 와이너리의 지하에 자리잡은 와인 생산시설에서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아노 총괄책임자는 발효 온도 관리와 숙성 기간 관리가 품질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시설 내부에는 발효 탱크와 숙성 공간, 병입 설비가 한 동선 안에 배치돼 있었다. 와이너리 건물은 지상층은 통창으로 드넓은 포도밭을 조망하면서 와인을 시음하는 '와인 바'였고 지하층엔 와인 제조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생산하고 시음하는 모든 과정이 한 건물 안에서 이어졌다.

통창으로 이뤄진 건물 밖은 다시 눈보라였다. 주변에는 은색의 농지와 포도밭이 이어졌다. 포도 재배는 지역 농가와 협력해 진행되고 양조는 전문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농업 생산과 제조 공정이 연결된 구조다. 생산된 와인은 지역 식당과 판매시설을 통해 유통된다. 방문객이 찾기도 하지만 체험 관광 시설이라기보다 실제 생산시설 성격이 강했다. 현장 안내 역시 관광 설명이 아니라 생산 공정 중심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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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몽티유 & 홋카이도'('de MONTILLE & HOKKAIDO') 와이너리에서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레드와인/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하코다테는 수산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다. 그러나 최근 해양 환경 변화로 어업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취재한 앤초비 가공 사업이 '잡히는 생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였다면, 와이너리는 '바다 밖에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대응에 가깝다. 하코다테는 어획과 가공 중심이던 전통적 산업 구조에 농업과 제조업이 추가되면서 지역 경제의 축이 분산되고 있었다. 바다 상황에 따라 도시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생산 기반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코다테 항구 도시는 관광 시설을 늘리기보다 생산 산업을 확장하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눈으로 뒤덮인 포도밭과 항구는 같은 도시 안에 있었다. 하코다테의 대응은 하나의 산업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을 나누는 방식에 가까웠다. 바다에서 시작된 경제가 농업과 제조로 이어지며 구조가 넓어지고 있었다. 바다의 변화에 맞춰 가공 산업을 만들고, 동시에 바다 밖의 생산을 늘리는 선택. 하코다테는 환경 변화에 맞서 하나의 해법을 찾기보다 도시의 기반 자체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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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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