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해협 통과 142척…67%가 이란 관련 선박
이란이 설정한 독자적 통항 조건 수용 시 미국의 강력한 반발 초래 위험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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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채널뉴스아시아(CNA) 등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월 말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자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일부 국가의 선박에 한해서만 통항을 허용하고 있다.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선박들의 국적은 주로 중국·인도·파키스탄·일본·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해상 정보 서비스 로이즈리스트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총 142척으로, 전쟁 전 하루 통과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67%는 이란과 무역·소유 관계로 직접 연결된 선박이었고, 나머지는 그리스 관련(15%)과 중국 선박(10%)이 차지했다. 지난달 13일 이후에는 이란 영해 내 수정된 항로를 따르며 사전 심사를 거치는 톨부스(toll booth) 시스템으로 26척이 통과했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최소 2척이 실제로 통행료를 지불했으며 결제는 위안화로 이뤄졌다.
여기에 이란 의회가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하는 법안까지 승인하면서 상황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법안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과 금지, 이란 제재국 선박 금지, 자국 통화 리알로 통행료 징수 등이 포함됐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계획을 "불법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각국의 통항 자격을 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서방의 대이란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중도 성향의 무슬림 국가 입장을 견지해 온 말레이시아는 최근 이란 당국으로부터 자국 선박 7척의 통항을 면제 수수료로 승인받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채널이 있고, 이란에 대한 압박에 동참한 적이 없으며, 브릭스(BRICS) 파트너국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루크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지난달 31일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자국 선박 7척이 곧 통행료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미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필리핀이나 유류 환경세를 면제한 베트남 등은 이란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거센 국내적 압박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연구소(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조앤 린 연구원은 브릭스(BRICS) 가입국이자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걷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란으로부터 통항을 허가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및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는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어떤 국가든 이란이 주도하는 정치적 프레임에 맞춰 통항을 시도하는 순간, "미국의 분노를 피하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챙겨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아세안 역내 공급망이 단일 해상 병목 구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중동의 원유를 대체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역시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샤론 시 수석연구원은 비료 등 핵심 물자의 역내 조달을 강화하고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해운 차질까지 지난 5년간 아세안의 공급망 복원력이 반복적으로 시험대에 올랐지만, 지역 차원의 지속적인 전략적 대응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