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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은 지난 23일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정보회의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참의원까지 통과하면 내각정보조사실은 국가정보국으로 격상된다. 일본 외무성·방위성·경찰청·공안조사청 등에 흩어진 정보 수집·분석 기능도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번 개편은 일본 국내 조직 정비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이 북핵·북한 미사일, 중국의 해양 진출, 러시아의 극동 군사활동, 사이버 공격을 보다 빠르게 분석해 외교·방위 정책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일본의 정보 판단 속도가 빨라지면 한미일 안보협력의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핵 정보, '교환'에서 '실시간 판단' 단계로
한국이 가장 먼저 봐야 할 지점은 북핵·북한 미사일 대응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이동식 발사대 운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동향, 해상 환적, 사이버 공격, 대북 제재 회피는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 정보만으로는 완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한국은 한반도 주변 정보와 대북 분석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해상·항공 감시, 위성 정보, 미일동맹 정보망에 강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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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안보 당국으로서는 일본의 정보 개편을 단순히 지켜볼 일이 아니라, 한미일 정보공유 체계 안에서 한국의 주도성과 접근권을 어떻게 확보할지 따져야 한다.
특히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거나 배타적경제수역(EEZ) 주변에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일본의 정보 판단이 곧바로 외교·군사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분석 체계가 빨라질수록 한국도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외교부 사이의 상황 공유와 대일 협의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기회이자 부담…일본 독자 판단력 커진다
일본의 정보력 강화는 한국에 기회다. 북핵 대응, 미사일 방어, 사이버 위협, 중국·러시아 군사활동 감시에서 일본의 정밀한 정보가 더해지면 한미일 공조의 실효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이 일본의 해상·항공 감시 능력과 미일 정보망을 활용할 수 있다면 북한의 군사 움직임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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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이분법이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정보력 강화를 무조건 경계하거나 무조건 환영할 일이 아니다. 북핵·사이버·해양안보처럼 협력 가능한 분야는 제도화하되, 한반도 관련 정보가 일본의 독자적 정책 판단으로 과도하게 연결되지 않도록 외교 채널과 안보 협의 틀을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일본 내부에서도 국가정보회의가 개인정보 보호와 보도의 자유,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내 정치와 선거운동 관련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개인정보 보호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부대 결의가 붙은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그럼에도 일본의 방향은 분명하다.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보유, 안보 3문서 개정 논의가 '보이는 안보'라면, 국가정보국 창설은 '보이지 않는 안보'를 총리관저에 집중시키는 작업이다. 한국 정부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이를 일본 국내 행정개편이 아니라 동북아 정보질서 재편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앞으로 한일 안보협력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무기를 갖느냐뿐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이를 어떻게 공유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