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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다시 뜨는 수소…한국은 정책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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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수 기자

승인 : 2026. 09. 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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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93.7% 해외 의존 한국…IEA “수소, 장기적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
글로벌 청정수소 확정 투자 1300억달러·가동능력 70%↑…산업화 단계 진입
국내 수소발전 입찰물량 줄고 2027년 규모 미정…업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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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 플랜트 시설 이미지./현대건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수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에서는 수소 산업의 성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등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석유·가스뿐 아니라 수소 기반 제품의 생산과 교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EA는 지난 6월 발간한 '글로벌 하이드로젠 리뷰 2026'에서 중동 분쟁이 비료와 화학제품 등 수소 파생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 같은 에너지 공급망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2024년 기준 국내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로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반년 넘게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에너지 자급 기반이 취약한 구조와 맞물려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와 산업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IEA "수소, 화석연료 수입 의존 낮출 수 있어"

IEA가 대안 가운데 하나로 주목한 것이 수소다.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자국에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 화석연료 수입을 일부 대체하고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수소는 기존 화석연료와 다른 생산·저장·운송망을 구축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이나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장기계약과 결합하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IEA의 분석이다.

다만 수소가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즉각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IEA는 저배출 수소가 아직 단기간에 에너지 공급 압력을 완화할 정도로 충분한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프로젝트 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소의 역할은 중장기적인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각국의 수소 정책은 확대되고 있다. IEA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수소전략을 보유한 국가는 66개국에 달한다. 중국은 수소 활용처를 자동차 이외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도시군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고, 일본과 유럽도 저배출·재생수소의 생산과 수요를 지원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IEA는 수소 관련 정책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공공 지원 규모가 410억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다만 정책 집행 지연과 불확실한 수요, 높은 생산비용, 인프라 부족 등이 여전히 시장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정수소 확정 투자 1300억달러…가동능력 70% 증가

민간 투자는 프로젝트 실행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수소위원회가 이달 발표한 '글로벌 하이드로젠 컴퍼스 2026'에 따르면 전 세계 청정수소 확정 투자 규모는 1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종투자결정(FID)을 마쳤거나 건설·운영 단계에 들어간 프로젝트는 570개 이상으로, 확정된 생산능력은 연간 690만톤에 달한다.

실제 가동 중인 청정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약 170만톤으로 1년 전보다 70% 증가했다. 현재 건설 중인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내년에는 약 38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수소위원회는 전망했다.

수소 산업이 계획이나 실증에 머물던 단계에서 실제 자본이 투입되고 설비가 가동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수소위원회 역시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이미 마련된 정책을 실제 수요로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2030년까지 현재 시행 중인 정책으로 뒷받침되는 수요는 연간 600만톤 규모이며, 기존 정책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추가로 연간 500만톤의 수요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소발전 물량 축소…내년 시장 규모도 미정

한국은 수소법 제정과 수소발전 입찰시장 도입 등을 통해 관련 제도를 구축해 왔지만 최근에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발전 입찰시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개설물량은 일반수소발전 930GWh, 청정수소발전 500GWh다. 일반수소발전의 경우 기존 1300GWh에서 930GWh로 줄었다.

향후 시장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입찰물량만 확정하고 2027년 이후 물량은 현재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고려해 내년에 추가로 결정하기로 했다. 수년간의 투자와 설비 구축이 필요한 수소 사업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소 산업은 생산과 저장·운송, 충전, 발전, 모빌리티 등 각 분야가 연결돼 있어 어느 한쪽의 수요가 흔들리면 전체 생태계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초기 시장에서는 정부가 만드는 수요와 지원제도가 민간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IEA도 올해 보고서에서 저배출 수소 시장의 주요 장애물로 높은 비용과 불확실한 수요, 복잡한 규제, 인프라 부족과 함께 느리고 불확실한 정책 집행을 지목했다. 장기 목표를 명확히 하고 정책과 규제를 안정적으로 집행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쟁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를 다시 던지고 있다. 수소가 단기간에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에너지원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산업계에서는 투자 기간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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