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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로템, 5000억 고속철 정비사업 물거품 되나…글로벌 사업기반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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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09. 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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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5150억 고속철 장기정비 무산 위기
15년 정비 실적·운영 데이터 축적 기회 사라져
차량·유지보수 패키지 글로벌 수주 경쟁력 약화
코레일 직접정비 전환에 사업기반 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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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5150억원 규모의 신조 고속철도차량 정비를 현대로템 대신 직접 맡는다. 국내 고속철 장기정비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던 현대로템은 15년간의 정비 실적과 운영 데이터 확보가 막혀 국내외 사업 수주 기반도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안전 강화를 위해 제작사 정비 참여를 도입했던 국토교통부는 양사 계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철도안전 검증 공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속철도 통합 후 코레일은 2023년 4월 에스알과 현대로템이 체결한 EMU-320 112량(14편성) 유지보수계약을 승계한 뒤, 지난 5월부터 계약 재조정을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왔다. 전체 사업비 1조969억원 가운데 정비비는 5150억원이며 실제 정비기간은 15년이다.

계약 재조정은 코레일이 신조 고속철 정비를 직접 맡는 대신, 현대로템과 별도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정비계약을 비슷한 금액의 부품조달 계약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했고, 현재 세부 금액과 품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제작사 정비 참여는 2022년 KTX 차륜 파손·탈선 사고 이후 안전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국토부는 차량 제작사의 전문성을 정비에 활용하고 제작과 정비를 연계해 기술을 환류하겠다는 대책을 내놨고, 에스알은 이듬해 신조차량 도입과 장기정비를 묶어 현대로템과 계약했다.

코레일은 직접 정비의 근거로 20년 이상 축적한 고속차량 정비 경험을 들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속철 차량 정비는 코레일이 계속 맡아왔고, 에스알 신조차량 정비까지 현대로템이 맡는 것은 사실상 민간 위탁"이라며 "코레일은 이런 방식에 반대하고 제작사가 정비까지 맡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 적절한지도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 강화를 이유로 제작사 정비 참여를 추진했던 국토부는 정비 주체를 다시 바꾸면서도 어느 방식이 안전성과 품질에서 나은지 판단할 비교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철도운행안전과 관계자는 "현대로템과 코레일 간 정비계약은 당사자 간 협의사항이어서 국토부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적"이라며 "현대로템이 실제 고속차량 정비에 참여한 사례도 없어 두 방식을 비교 분석한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잃는 것은 5150억원 규모의 정비 일감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고속철 장기정비를 직접 수행하며 축적할 고장·수명·작업시간·원가 데이터와 정비 인력·조직 기반도 함께 사라진다. 국내 첫 장기정비 실적과 15년간의 운영 데이터 없이는 차량 제작과 유지보수를 묶은 글로벌 사업에서 자체 정비 역량을 입증할 핵심 실적도 확보할 수 없다.

국토부는 이번 계약과 별개로 철도 정비산업 전반의 역량을 점검하는 정책용역에 착수했고, 고속철 정비역량을 살피는 별도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할 계획이다. 정비 주체를 바꾸는 계약 재조정은 양사 협의에 맡긴 채, 정작 고속철 정비체계의 적정성을 따지는 정부 점검은 별도 절차로 진행되는 셈이다.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체결된 계약의 유지나 변경을 정부가 직접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당사자 간 협의로 정리하기로 했다"며 "통합 이후 계약은 코레일로 승계됐고, 이후 조정 역시 계약 당사자들이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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