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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폐쇄에만 30년 걸린다”

“후쿠시마 원전 폐쇄에만 30년 걸린다”

기사승인 2011. 04. 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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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체르노빌 방사성물질 완전제거는 900년 필요

조은주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7일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원자로 내 핵연료의 약 70%가 손상되고 2호기는 30%, 3호기는 25% 정도 각각 손상됐다고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역대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지금 현재도 방사능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어떻게 다른지 짚어봤다.

◇ 원자로의 종류
후쿠시마 원전 : 경수로
체르노빌 원전 : 흑연로

 

후쿠시마 원전 구조.                출처=jonathanfun.com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로 생긴 2000℃ 이상의 높은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열 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증기의 힘으로 다시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원자로 안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핵연료와 이를 제어하는 제어봉,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재, 감속재 등이 들어간다.

핵분열의 연쇄 반응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핵과 충돌하는 중성자의 수와 속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제어봉은 중성자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중성자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은 감속재다.

핵분열로 얻은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냉각재도 반드시 필요하다. 냉각재는 핵연료에서 발생한 높은 열을 빼앗은 뒤, 차가운 물과 만나 이를 증기로 만들어 준다. 즉 핵분열에서 발생한 열을 터빈에 전해 주는 열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이 감속재에 따라 구분한다. 물을 사용하면 경수로, 흑연을 사용하면 흑연로로 나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물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경수로이며 체르노빌은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흑연로다.


◇ 원전구조
후쿠시마 : 압력용기 O, 격납용기 O
체르노빌 : 압력용기 X, 격납용기 X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가장 이슈로 떠오르는 사항은 바로 '격납용기 파손이다. 원전은 안전성이 최우선인 만큼 안전장치를 3~4단계 갖추고 있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핵연료 다발은 수십 ㎝ 강철로 만든 원자로(압력용기)가 보호하고 있다. 이 압력용기는 방사성물질은 물론 높은 압력과 온도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격납용기는 압력용기를 둘러싸고 있다. 격납용기는 강철과 콘크리트로 구성되고 그 위를 다시 콘크리트 건물(격납 건물)로 감싸게 된다. 냉각 시스템 정지로 건물이 폭발했지만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자로와 격납용기 파손은 상황이 다르다. 방사성물질 대량 유출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이 바로 그 예다. 격납용기가 없고 시설 외벽만이 원자로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설 외벽이 파괴되면서 핵연료를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또 체르노빌에서 감속재로 쓰인 흑연은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흑연은 성능이 좋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발화물질인 만큼 화재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흑연으로 인한 폭발이라 방사성 물질은 사고 당일 원전에서 1200km 떨어진 지역에서도 검출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 사고 진행 상황
후쿠시마 : 자연 재해 > 원전 정지 후 수속 폭발 및 방사성 오염수 누출
체르노빌 : 안전 장치 해제 > 원전 정지하지 않고 대폭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전은 애초 설계된 대로 지진을 감지한 후 운전을 자동 차단했다.

하지만 1시간 후 몰려온 쓰나미로 냉각 펌프를 제어하는 외부 전원이 정지했고 비상용 발전기도 고장났다. 이로 인해 원자로 안 냉각수 온도가 상승하고 피폭제가 산화되면서 수소 기체가 발생하고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안전 시험 도중에 미숙한 엔지니어의 부주의로 안전장치가 해제돼 폭발로 이어졌다. 엔지니어는 3분의 1로 저하시켜야 할 원자로 출력을 거의 정지 상태까지 만들어 버렸다. 이후 무리하게 출력을 상승시키려다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다. 또 시험을 위해 터빈이나 노심 냉각 장치 등 안전 시스템을 모두 분리한 것도 폭발을 야기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고 모두 인재로 인해 재앙이 더 커진 경우라는 견해도 있다. 체르노빌은 운전 미숙으로 야기된 최악의 사건이란 불명예를 이미 안은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도 원자로에 냉각시스템이 멈춘 직후 원전 폐기를 감수하고 바닷물을 조기에 투입했더라면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측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원전 폐쇄를 결단하지 못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사고 발생 31시간 이후에야 바닷물을 투입했다.


◇ 원전 최종 처리 
후쿠시마, 체르노빌 : 모두 폐쇄

 

석관에 의해 봉인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2003년 촬영)                             출처=위키피디아
  
체르노빌의 경우 사고 후 1987년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화재 진압과 방사능 처리에 쏟아부었다. 투입된 수습 인력만 해도 22만6000명이다.

간접 피해도 엄청났다. 4월26일 원자로 폭발부터 원자로 화재가 최종 진압되기까지 10일간 40여종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대거 외부로 유출되며 인근 지역을 오염시키고 주변 주민들을 병들게 했다.
 
사고 당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은 체르노빌 주변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으로 퍼져 많은 지역을 오염시켰다.

결국 사고가 원전에는 가로·세로 100m, 높이 165m의 콘크리트(5000t)가 덮여졌으며 오는 2013년까지 2만톤의 철제 덮개로 낡은 콘크리트 석관을 덮는 2차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결국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방사성 물질 유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로와 핵연료를 냉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폐쇄될 전망이다.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은 지난달 30일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폐쇄가 불가피하다면서 폐쇄 방침을 굳혔고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안전에 이상 없는 5~6호기도 폐쇄해야 한다고 말해 후쿠시마 원전은 모두 폐쇄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미 원자로 안팎에 물을 채우는 '수장 냉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현재 원자로 1∼3호기에서 진행 중인 질소 주입을 완료한 뒤 1호기부터 수장 냉각을 시작할 예정이다.

◇ 피해 규모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관련 사고의 심각성 정도를 알리고자 도입한 분류 체계로 1등급부터 7등급까지 7단계로 구성돼 있다.

7등급은 대형사고로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로 인해 인체 및 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해 계획적·장기적인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를 뜻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유일하다. 6등급은 심각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의 상당한 유출로 인해 계획적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가 해당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토양 오염은 체르노빌 사고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원전으로부터 40㎞ 떨어진 이다테 마을에서는 토양 1㎏당 16만3000베크렐의 세슘 137이 검출됐다.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출처=위키피디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러시아 정부는 1㎡당 55만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지역 주민을 안전한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떨어진 같은 후쿠시마현 이다테 마을도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이같은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등급을 사실상 '6등급'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 등 국제기구들이 '6등급'이라 발표했으나 '5등급'이라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가 뒤늦게 고개를 숙인 셈이다.

◇ 원전 피해는 계속 된다

체르노빌 사고로 30여 명이 즉사했고 이후 방사능 노출 등으로 6년간 8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70여만 명이 암, 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원전 반경 10km는 출입 금지 지역으로 30km는 영구 거주 금지 구역으로 설정돼있다.

사고로 방출된 방사능의 총량은 1억Ci(퀴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사고 수습을 위해 구 소련이 쏟아 부은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전 사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전 피해는 수십, 수백, 수천 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사성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 플루토늄 239의 반감기는 무려 2만4100년이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체르노빌 원전 주변은 사람이 살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사고지점에서 반경 30km까지는 여전히 주민을 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해한 방사성물질이 충분히 제거되려면 대략 9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도 점점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지난달 21일 실시한 샘플조사를 통해 후쿠시마현 12곳 가운데 6곳에서 생산된 가공 전 우유에서 기준치(kg당 300베크렐)를 초과하는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이바라키현 시금치에서도 기준치(2000베크렐)의 약 2배인 4100베크렐의 요오드가 검출됐으며 후쿠시마현 등 5개 현의 원유, 채소 등에서 기준치를 크게 뛰어넘는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 인근 바다도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다. 지난 2일 원전 인근 바다에서는 기준의 10만 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4일과 5일에는 이바라키현 앞바다에서 잡은 까나리에서 1㎏당 4000Bq(베크렐)이 넘는 요오드와 기준(500베크렐)을 초과한 526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도쿄전력은 원전 폐쇄에 앞서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원자로로부터 원료를 제거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며 나아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년, 비용은 1조엔(1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원전 폐쇄에만 3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번 원전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아직 7명에 그치고 있지만 최종 집계가 언제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감기가 무려 2만4000년인 플루토늄이 원전 부지에서 검출됐고 이를 제거하는 작업은 이제 첫 발을 내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인류를 일으키는 무한한 에너지지만 잘못 되면 인류의 재앙이 되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다시 한번 절절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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