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진 기자] “눈에서만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도 눈물이 났다”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의 심경을 이같이 고백했다.
당내 협상파인 황 의원은 표결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이에 대해 “한·미 FTA 반대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지역구(강원 홍천·횡성) 농민들과의 약속이었다”며 “약속을, 소신을 지킨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당내 협상파 의원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의원들 간 약간의 간극이 있다. 조만간 다시 모여 의견 조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FTA가 기습 상정됐다. 미리 알고 있었나.
“원내부대변인이지만 몰랐다. 나도 의원총회에 가서야 알았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가 다급하게 상황에 대한 임무를 주시길래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다. 오히려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면 더 불편했을 것이다.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라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도 서운한 마음은 없다.”
-한나라당 의원 중 혼자 반대표를 던졌는데.
“지난 18대 총선 당시 지역구 농민들과 약속을 했다. 그 때에도 한·미 FTA는 굉장히 논란이 됐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선이 되면 꼭 한·미 FTA를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소신대로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 특별한 것으로 보여지는 자체가 우리 정치문화가 아직도 성장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헌법 기관의 국회의원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돼 있어야 한다. 이번에 그렇게 되길 바랬고, 나름 노력을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지금 심경은.
“협상파 의원들이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을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한편으로는 이번 한·미 FTA 비준안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어제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기도 했다.
“눈에서만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도 눈물이 났다. 대학시절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루탄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터뜨려야 했나. 우리 정치가 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많은 언론을 통해 이 모습이 나갈 텐데 안타깝다.”
-처리 후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나.
“다 통과되고 난 뒤 협상파 의원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다들 마음이 착잡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 모이게 될 것 같다. 다들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 했다. 국회가 또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사죄에 대해 주로 얘기했다.”
-앞으로 협상파의 향방은.
“앞으로 어떻게 지금 상황을 정리할 지에 관한 논의들을 해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 불출마와 관련해서는 의원들 간 약간의 간극이 있다. 의견 조율을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