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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현장탐방] 하나투어 “사람으로 시작된 ‘잡쉐어링’ 문화로 통할 것”

[임금피크제 현장탐방] 하나투어 “사람으로 시작된 ‘잡쉐어링’ 문화로 통할 것”

기사승인 2013. 04. 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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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100세]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 8년… 기업 내 신뢰로 새 고용문화 만들어
하나투어 본사 전경.
 지난달 28일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하나투어 본사. 색다른 사무실 풍경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방별로 팀이나 부서가 배치되거나 파티션으로 공간을 나눈 일반 회사와 달리 이 곳은 한 층 전체가 엘리베이터 양 옆으로 두 개의 큰 사무실로 이뤄져 있었다. 2~6층, 10층에 각각 2개씩 총 12개의 사무실에 19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행사는 인력 인프라가 가장 중요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공간에서 근무하려다 보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죠."

사무실을 안내하던 하나투어 관계자의 말이다.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하나투어의 잡셰어링도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가 여행업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곧 힘인 셈이다.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이 업종에서 꾸준히 근무한 직원을 유지하는 것 또한 회사의 주요 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인력을 유지하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하나투어가 선택한 카드가 바로 잡셰어링이다.


하나투어 사무실. 길게 일렬로 늘어선 책상들과 그곳에서 나란히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2005년 '잡쉐어링'을 도입해 8년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정년은 65세다.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 연장형'에 해당한다. 

만50세 이상의 경우 주4일 근무하는 대신 원래 임금의 80%를 받는다. 만 55세 이상은 주3일 근무하고 임금의 60%, 만 60세 이상은 주 2일 근무하고 임금의 40%만 받는 식이다. 대신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여행업은 호텔, 여행시설 등 현지 인프라와 고객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라며 "경험과 인맥이 넓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잡셰어링을 통해 회사로서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직원들은 정년을 보장 받으며 개인생활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10층 사무실 귀퉁이에 마련된 회장석. 현재 박상환 회장은 잡쉐어링 참가로 1주일에 이틀 출근한다.
◇경영진과 직원간 신뢰가 제도정착 열쇠


하나투어 10층에는 박상환 회장이 머무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넓은 실내와 값비싼 가구, 비서실이 딸린 회장실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직원들과 함께 쓰는 사무실 한 귀퉁이에 파티션을 치고 책·걸상을 놓은 것이 전부다.


이는 현재 잡셰어링에 참여하고 있는 박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박 회장도 현재 일주일에 이틀 근무하고 임금의 40%만 받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니 회장실을 없애고 그 공간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회장석'을 만들었다.

겉치레를 버린 소박한 회장석이야 말로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벽을 없애고 임금피크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한 상징인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다수 여행사들이 생존 전략으로 정리해고를 택했을 때도 하나투어는 단 한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전 직원의 임금을 50% 삭감하며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모험은 결국 하나투어가 여행업계 1위에 오르는 발판이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나투어는 노조가 없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일찌감치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대다수 임직원이 주주인 데다가 실적에 비례한 인센티브 역시 철저하다. 때문에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경영진과 직원간의 신뢰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큰 역할을 했다. 잡셰어링 도입 초반에 임금 삭감 부분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있긴 했지만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능동적인 참여, 그리고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느덧 잡쉐어링은 하나투어의 대표적인 경영방식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중(中)강의실. 옆쪽 대(大)강의실에서는 2013년 고졸, 초대졸 신입 사원들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임금피크제는 하나의 제도가 아닌 문화

사무실을 둘러보며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직원들의 성별과 연령이었다. 직원들의 대다수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이 곳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잡셰어링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 수도 박 회장을 비롯해 20여명 정도로 실질적인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앞으로 잡셰어링의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제2의 인생을 위한 자기 계발 시간과 여가 시간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여성 직원의 경우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개인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잡쉐어링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 회장도 잡쉐어링에 참가하며 쉬는 날을 이용해 틈틈이 학업에 힘써 지난 2010년 경희대학교에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또 45세를 막 넘긴 여성 임원도 자녀 교육을 위해 잡쉐어링에 참가하기도 했다.

정 팀장은 "하나투어는 고용정책에 있어 제도가 아닌 문화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 직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여가문화가 확산되면 잡쉐어링과 같은 제도도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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