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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안심대출 ‘진짜 서민’은 찬밥

전세금 안심대출 ‘진짜 서민’은 찬밥

기사승인 2014. 01. 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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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비해 서민층 이용많은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등 대출조건 불리

#. 전모씨(38)는 최근 전세금 안심대출을 받기 위해 우리은행 지점을 방문해 직원 상담을 받았지만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씨는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기존 아파트에서 면적이 큰 빌라로 이사했다. 하지만 계약한 빌라가 전세금 안심대출 요건인 '전세보증금+선순위채권 합계액' 기준을 넘어 대출이 불가능했다. 전세금 안심대출 특성상 대출 금액 이전에 전세금 반환 가능성이 우선 시 되기 때문이다. 전씨는 "아파트보다 빌라 등의 대출 조건이 더 까다롭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며 진짜 서민을 위한 상품인지 의심이 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 목적으로 내놓은 전세금 안심대출이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시설인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오피스텔 등의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요구해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세금 안심대출은 대한주택보증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과 은행 전세 대출 상품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금리가 기존 은행권 전세금 대출보다 낮고 한도는 높아 서민들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다.

9일 대한주택보증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전세금 안심대출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 합계액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의 90% 이하면 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80% 이하 △이외 주택은 70% 이하이여야 한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다가구·연립·단독주택 등에 거주하는 전세 세입자가 대출 조건에서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이는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보증 사고에 대비해 경매 낙찰가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전세금 안심대출 조건에서 주택유형별로 전세금과 선순위채권 합계액에 차등을 둔 것은 낙찰가율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주택유형별로 낙찰가율 차이는 미미한 상황이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평균 낙찰가율은 주택유형별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78.7% △연립·다세대 71.4% △단독·다가구 69.3% △주거용 오피스텔 72.5% 등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매 시스템 상 단순히 평균 낙찰가율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특정 주택유형의 낙찰가율이 높다고 이해하는 것은 경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판단이다. 각 물건에 따라 낙찰가율의 차이가 큰데 예를 들어 아파트라도 두 번 이상 유찰될 경우 낙찰가율이 50%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빌라라도 상품에 따라 시가 수준으로 낙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집 종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를 받는 서민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정모씨(52)는 "전세금 안심대출 조건으로 아파트보다 빌라 등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진짜 서민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 현재 대출 조건은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 안전한 조건일 때만 대출을 해주겠다는 식인데, 일반 시중은행의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대출 조건 차별대우는 상품을 설계한 당국과 대한주택보증 등이 서민 주거안정보다는 리스크 최소화에 보다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금 안심대출은 임차인이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담보력 높은 집에 거주할 때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한주택보증은 대출 조건 차별보다 전반적인 대출 조건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현재 전세 보증금과 선순위채권 합계액이 90% 이하로 제한됐는데 경매 등을 통한 실제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70%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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