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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고보조사업 부실화 줄이려면

[칼럼] 국고보조사업 부실화 줄이려면

기사승인 2015. 11. 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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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최근 고용노동부의 ‘국가전략산업 직종훈련제도’와 ‘배움카드 제도’가 문제 있는 국고보조사업으로 밝혀졌다. 취업학원들이 수강생을 허위등록하고 국가보조금을 71억 원이나 부정수급을 받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훈련을 받는 구직자의 부실수업에 대한 불만도 팽배해 있다. 각 지역고용센터에 하루에도 수십 통씩 국비지원 학원의 부실수업에 대한 항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강사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진정한 직업훈련이 아닌 병원 청소와 같은 ‘실습’으로 때우기 일쑤라는 것이다.

‘국가전략산업 직종훈련’ 제도는 인력수급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직종에 대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청년 구직자의 취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2012년에 도입했다. 건설, 기계 등 110개 직종의 사설 훈련학원 가운데 고용노동부 심사를 통과한 곳에 직접 국비를 지원한다. 수강생 1명당 1시간 교육에 국비 6000원이 지원되며, 만 15세 이상 구직자는 최장 1년간 무료로 직업훈련 학원에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취업훈련 지원 프로그램인 ‘배움카드’ 제도는 미용사, 조리사, 간호조무사 등 50여종의 직업훈련에 대해 학원비의 80%까지 지원한다. 이런 취업훈련 지원 프로그램에 작년 한 해 4200억원, 수혜를 본 학원이 22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명분의 측면에서 직업훈련에 대한 국고지원은 그 어떤 정부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왜 결과는 이처럼 신통치 않게 나타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에서는 ‘국비지원을 받는 학원 수가 많다 보니 일일이 점검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예견하고 이런 문제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지혜를 발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구직자들의 진정한 훈련에 기여하지 못한 직업훈련 예산들은 돈 가치만큼의 직업능력을 제고하지 못했으므로 낭비된 것이다.

사실 국고보조 사업들은, 비단 직업훈련의 경우 이외에도 부실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R&D) 보조 사업의 경우, 단골처럼 유사 중복사업이 많다, 실제 상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나눠 먹기 식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닐 때가 많다. 다른 예산 항목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관련자들의 도덕적 의식이 약해서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분명한 이유를 알아야 국고보조 사업을 벌이더라도 부실화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바람에 직업훈련에 대한 종전보다 더 많은 수요가 ‘만들어져’ 직업훈련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무료 직업훈련의 경우, 자신의 쌈짓돈이 들어가지 않으니 처음부터 절실하게 훈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교육에 대한 불만도 자신이 돈을 모두 냈을 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다. 고용센터에 부실수업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상당부분 자신이 수업료를 부담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불만제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훈련의 성과와 상관없이 등록학생 숫자에 따라 국고지원을 했으니 직업훈련학원들이 엉터리 수업을 하려는 유혹이 강할 수밖에 없다. 직업훈련학원이 ‘가짜’ 학생을 많이 받을수록 더 번성한다면 이런 유혹은 더 강해지고 죄책감도 약해질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한해 부정수급을 해서 적발된 사례만 4615건이라고 한다.


정부가 직업훈련학원에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도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가 보조금예산을 쓰더라도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돈을 쓰듯이 좋은 학원을 물색하도록 만들어야 이런 부정수급 문제가 줄어들 것이다. 바우처 제도, 직업훈련비 세제혜택 등 이미 개발된 제도들을 잘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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