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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수결 결정과 다수결로 정한 ‘규칙’에 따른 결정

[칼럼] 다수결 결정과 다수결로 정한 ‘규칙’에 따른 결정

기사승인 2016. 12. 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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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철도역 주변 도로를 횡단하는 데 불편하니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고 했다. 아마도 그 도시의 재정 형편에 문제가 없다면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횡단보도를 설치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철도역 주변 지하상가 상인들이 극렬하게 반대한다.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많은 지하철 승객들이 횡단보도를 이용할 것이고 지하상가의 가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 우선 이에 대한 법경제학의 견해, 권리를 중심으로 한 법률적 견해, 공공선택이론의 견해들을 각각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법경제학에서는 누구에게 횡단보도 설치에 관한 결정 권리가 있을 때 사회의 부(富)가 극대화되는지 주목하라고 말한다. 횡단보도 설치로 인해 주민들의 커지는 편익을 화폐단위로 계산했을 때 얻는 부와 지상상가 상인들이 얻는 부를 합친 것이 사회의 증가한 부를 의미한다. 지하상가 상인들의 줄어드는 부와 횡단보도 설치비용의 합이 횡단보도 설치에 따라 감소하게 되는 사회의 부를 나타낸다.
 

만약 횡단보도 건설로 인해 사회적 부의 순증이 발생한다면, 손해 보는 측에 보상을 하고도 남는 게 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협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인 거래비용이 없다면 지하상인, 주민들 가운데 누구에게 그 권리를 주더라도 서로 협상을 해서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이므로 아무에게나 권리를 주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협상비용이 있으므로, 이 협상비용만큼 사회의 부가 감소한다. 따라서 협상비용이 덜 들어가도록 권리를 배분하는 게 최선이다. 이런 법경제학의 결론은 '기득권'을 인정해서 사회의 부를 특정 결정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게 하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지하상가 상인들에게 횡단보도의 설치를 막을 권리가 없다고 여긴다면, 이런 법경제학의 결론은 수용될 수 없다. 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것이 정당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관점이다. 도로가 사유(私有)라면 그 소유자가 결정하면 되지만, 지하철역 앞 도로는 시유(市有) 혹은 공유(公有)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주민과 지하상가 상인들도 일정한 발언권을 가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의 권리로 봐야 할 것인가.
 

어쩌면 주민들의 숫자가 지하상가 상인들보다 많고 도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더 많이 부담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불복해서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경우 누구에게(예를 들어, 보행자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법 원리의 검토 후 확정되고 이런 결정이 향후 모든 횡단보도 관련 분쟁에 적용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예상하게 된다고 해보자. 그러면 처음부터 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는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해서 다수결 투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결 투표는 자칫 소수의 정당한 권리마저 무시할 위험이 있다. 우리의 사례에서 지하상가 상인들처럼 이해관계가 큰 잘 조직화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규칙을 미리 (압도적) 다수결로 결정해둘 수 있다. 이것이 공공선택이론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물론 그 규칙은 법경제학의 방법 혹은 권리에 대한 법원의 결정, 혹은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와 그 위원회에 의한 결정 중 하나와 일치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규칙을 미리 정해놓고도 따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따른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헌법도 압도적 다수의 천성으로 특정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그 절차와 방법을 미리 정해둔 규칙이다. 지금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와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헌법에 규정한 규칙들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이를 무시하는 행태들을 보이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하자'고 부르짖는 것만큼 자기모순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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