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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총생산 개념으로 ‘소득주도성장론’ 검증해볼 필요

[칼럼] 총생산 개념으로 ‘소득주도성장론’ 검증해볼 필요

기사승인 2017. 05.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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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견해가 다른 경제학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유효한 정책을 모색하는 학문적 대화가 가능한 것은 그래도 경제현상에 대한 동일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공유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특정 정책에 대한 찬성 여부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시장 경쟁과정에서 출현한 소득을 정부가 나서서 특정한 소득분포가 되도록 재분배해주는 정책에 대해 그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두 경제학자가 동의하더라도 두 사람의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한 사람은 이 정책에 찬성하고 다른 사람은 반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나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논란은 어떤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서로 다른 이론 체계를 가지고서 특정한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경우에 가깝다. 확실하게 공유하는 부분이 없다보니 생산적인 학문적 토론도 어렵다. 사후적으로 어느 이론이 옳았는지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적자재정 정책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약간은 비겁하지만, "재정적자의 폭이 충분히 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론'은 케인즈학파 이론의 변종이다. 원래 케인지언들은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적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돈을 써서 수요를 만들어주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유동성 함정이라는 덫에 갇힌 경제가 그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적자재정 정책을 경제성장의 방법이라고 본 것은 결코 아니다. 정통 케인지언조차도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재 소비를 줄여서 만들어낸 저축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소득주도성장론'은 적자재정의 확대가 경기안정화의 수단을 넘어 경제성장의 한 방법으로까지 격상시킨 대담한 가설이다. 아무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그런 '소득주도성장론'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지출을 늘리면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되면서 기업의 수요를 늘리고 이 수요에 반응해서 생산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렇게 경기침체기의 임시변통으로 여겨지던 정부의 적자재정 지출을 성장을 위한 근본처방으로 주장하게 되자,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이 이견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자 재정정책이 빚을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비판하자 케인즈는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고 대응했다. 만약 케인즈가 지금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믿는다면 아마도 "장기적으로 더 성장할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했을 것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론'이 말하는 것처럼 정부가 거둔 세금에 비해 더 많은 지출을 할 때, 이것이 경제적 부담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경제성장으로 되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되면,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고통을 감수할 필요 없이, 어쩌면 그런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수록 더 큰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통 케인지언조차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경제는 국민들의 삶이 걸린 문제다. 만약 소득주도성장론이 케인즈조차 간과한 훌륭한 성장정책이라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이론을 과신할 때 빚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소득주도성장론을 이론적, 경험적으로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마침 중간재와 기업들간 거래까지 모두 포함하는 총생산(GO, Gross Output) 지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개념은 특정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최종재 수요 변화뿐만 아니라 중간재와 자본재 등의 변화가 포괄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론을 검증해보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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