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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높아가는 한국의 위상

[이효성 칼럼] 높아가는 한국의 위상

기사승인 2021. 10.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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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경제적 위상을 보자. 미국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는 2007년 3월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 1인당 GDP가 2025년에는 3만6813달러로 세계 8위, 2050년에는 9만294달러로 9만1683달러에 이어 세계 2위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여러 가정과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이 전망 이상으로 꾸준히 높아져왔다. 예컨대, 한국은 2018년 ‘30-50 클럽’에 7번째로 가입했고,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인당 GDP에서 한국은 4만3058달러로 ‘30-50 클럽’ 국가 중에서 일본(4만2939달러)과 이탈리아(4만1492달러)를 따돌리고 5번째 순위가 되었고, 총 GDP에서는 OECD 국가 중 9위다. WTO 발표에 의하면, 2020년 한국의 교역 규모는 세계 9위, 수출 규모는 7위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20년 7월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전 세계 152개국 가운데 독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적으로도 그 위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인도-태평양으로 쏠린 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미 동맹을 양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고 말한 것은 수사(修辭)만은 아니다. 한국의 지정학이 20세기 초처럼 다시 국제정치의 중요 무대가 된 것이다. 단 과거의 한반도는 전쟁과 정복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협력과 동맹의 대상이다. 한국의 달라진 국력과 위상 때문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은 한국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을 전통적인 군사 동맹에서 바이오, 반도체, 전기 배터리, 희토류, 원전, 우주 등의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다짐한 산업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그와 함께 미사일 제한을 풀었고, 첨단 무기와 그 기술의 판매를 허용했고, ‘G7’과 ‘쿼드’ 및 영어권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회원으로 가입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학자의 의견도 제시되었다[《워싱턴 포스트》, 21.10.7.].

EU 탈퇴 후 아시아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는 영국은 그 상대로 한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금년 6월의 G7 회의에서 주최국이었던 영국은 문재인 대통령을 존슨 수상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배석시키고, 영국 정부의 국가별 여행 안내 사이트의 한국 지도에서 ‘일본해’라는 단독 표기를 삭제했다. 또 한국에 1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을 스와프로 제공했고, 영국의 핵항모 퀸 엘리자베스함을 부산에 보내고 기술 이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호주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최근 ‘AUKUS’라는 군사 동맹을 맺고 호주에 핵잠수함 8척을 허용키로 했다. 이로써 호주는 중국에 더욱 더 당당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호주는 SLBM 발사대를 갖춘 대형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한국과의 방위 협력이 절실하게 되었다. 왕이 중국 외교 부장의 방한 하루 전인 9월 13일 호주의 국방 및 외무 장관이 함께 급히 내한하여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인도-태평양에서의 움직임에 다급해진 중국은 한국의 중립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극동 개발이 절실한 러시아는 이들 움직임에도 한국의 극동 개발 참여를 여전히 바라고, ‘AUKUS’ 동맹으로 호주와의 잠수함 계약이 파기된 프랑스는 한국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암시했다. 다만 일본만은 한국의 달라진 국력과 위상에 당황하여 한국 견제에 노골적이다. 이처럼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동맹이나 협력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균형 감각과 바른 판단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을 위해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는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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