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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중 관계에서 한국의 자세

[이효성 칼럼] 한·중 관계에서 한국의 자세

기사승인 2022. 02.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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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지자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의 8할을 자신의 영해로 선포하고, 이웃나라들과 국경분쟁을 자주 일으키고, 국제관계에서 전랑외교와 경제보복을 쉽게 하고, 코로나19의 발원지였음에도 이를 부정하며 진상조사 요구에 반발하고, 홍콩과 신장 등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이들 행위로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반감이 급격히 커졌다. 여기에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포함하여 중국 선수들에 유리한, 그래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난, 몇몇 판정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많이 나왔다. 그 결과 중국에 대한 세계적 반감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소탐대실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황해를 동경 124도로 나누어 황해 4분의 3인 그 서쪽을 영해화하는 일방적 조치,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에 대한 경제 보복,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역사 및 문화 공정 등으로 우리의 반발을 사왔다. 그러다가 이번 올림픽에서 한복을 개막식에 등장시키고, 우리 선수들을 부당하게 탈락시키는 편파 판정이 나오자, 우리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도 더 나빠지게 되었다. 마침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던 중이라서 대통령 후보들도 중국에 대한 비외교적인 발언들을 하게 됐다. 대통령 후보들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유권자에겐 지지를 받았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터무니없는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주변 민족들을 오랑캐로 무시하고 폄하하며 침략·정복하거나 군림하거나 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나라의 고조선 침략과 수나라 및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이다. 우리 선조들은 중국과 갈등을 피하려 여러 방식으로 선린관계를 유지하려고도 했고, 조선은 사대까지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국은 갖은 요구와 간섭·갑질로 답했다.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에서 중국의 그런 모습은 황대일 저 《중국 갑질 2천 년》이라는 책에 잘 지적되어 있다. 중국의 그런 모습이 청나라가 망한 이후 한동안 사라졌다가 개혁개방으로 국력이 커지자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반중 감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만리장성을 요동 넘어 평양까지 늘리고,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고, 문화공정으로 한복과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고유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긴 탓이 크다. 중국의 그런 행동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조차 반중 정서가 매우 커지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이웃나라에 대한 인식이,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인식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웃국가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선린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한국은 그 수출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중국은 자국의 수출을 위해 소재와 부품들을 비롯하여 한국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중국에게 의존하는 이상으로 중국 경제도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은 서로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도 선린과 우방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양국은 서로 주권과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되 상대의 자존심이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중국을 비롯하여 어느 나라에든 당당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할 말도 못 하는 지나치게 낮은 자세는 존중이라는 정당한 대우 대신 무시와 폄하라는 부당한 대우를 결과한다. 조선이 중국에 대한 사대로 얻은 것은 온갖 간섭과 굴욕뿐이었다. 그러니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주권국가로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대등하게 행동해야 한다. 한국은 인권과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공정한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경제력, 국방력, 문화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나라에나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누구든 실력 있고 당당한 상대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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