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국제 정세의 변화와 좁혀지는 우리의 입지

[이효성 칼럼] 국제 정세의 변화와 좁혀지는 우리의 입지

기사승인 2022. 05. 29. 18:2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국제 정세가 근래에 크게 변하고 있다.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편입되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던 러시아와 중국이 결국 그 질서에 순응하지 않아서다. 1991년 소련의 멸망으로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방 주도의 질서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천연가스와 석유 등 자연자원의 가격이 치솟고 그 수출로 경제력을 회복하자 2014년 3선에 성공한 푸틴은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야심을 노골화했다. 그 일환으로 러시아는 2014년에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22년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등 완전히 서방세계의 눈 밖에 나게 되었다.

중국은 2001년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어 급속한 경제발전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자 2012년 주석이 된 시진핑은 중국식 사회주의 강조와 공산당 일당독재 강화, 전랑외교와 무역보복과 일대일로 사업 등과 같은 국제관계에서의 패권적 행태, 중국진출 기업들에 큰 시장을 내세운 기술이전의 강요, 해킹에 의한 첨단기술의 절취, 공자학원의 스파이행위 등으로 서방의 우려를 자아냈다. 급기야 2017년부터 중국은 미국의 노골적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 러시아와 중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동병상련에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 주도의 민주진영과 소련 주도의 공산진영이 대립했던 것처럼, 이제 다시 미국 주도의 민주국가들과 중국·러시아라는 독재국가들이 대립하는 신냉전의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소외시킨 채 홀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견제와 러시아 제재에 나서고 있어 진영 간 대치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중국의 유대 강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에는 유리한 일이다. 그것이 서방세계의 단결에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의 단결된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곤경에 빠지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고 민주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상에 추동력을 제공했다. IPEF가 제대로 작동하면 중국 또한 세계 공장의 지위를 잃고 곤경에 처할 것이다.

이런 진영 간 대치의 국제관계는 어느 한 진영에의 가담을 강요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인권, 언론자유의 가치를 내세우는 가치동맹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이 경우 중립이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으면, 설 자리를 잃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동안 중립을 표방한 스웨덴과 핀란드는 결국 나토 가입을 공식화했다. 한국이 그동안 취한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과 미·중 사이의 등거리 외교도 점차 입지가 좁혀질 것이다.

여기서 반추해볼 일이 하나 있다. 1900년 톈진과 베이징에서 부청멸양(扶淸滅洋·청조를 돕고 서양을 멸함)을 기치로 기독교도와 외국인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외국공사관을 공격하는 의화단(義和團·청나라 비밀결사단)의 폭동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청국과 서구열강 사이의 전쟁으로 번져 서구열강이 중국영토를 분할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참전한 러시아는 고종에게 조선의 참전을 제의했으나 국내로 침입하는 의화단원과 비적을 막기에도 힘에 부치던 조선은 이를 거절했다. 이로써 조선은 서양제국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간도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그 전쟁에 참여했던 일제에 몇 년 후 외교권과 나아가 국권까지 빼앗기고 일제의 협잡으로 간도도 잃고 말았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