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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신용도 날개 단 SK렌터카, 목표는 외형 아닌 ‘수익성’

[마켓파워] 신용도 날개 단 SK렌터카, 목표는 외형 아닌 ‘수익성’

기사승인 2023. 05.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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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마켓파워 컷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황일문호 SK렌터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렌터카 측은 '외형 확대'가 아닌 서비스 차별화와 고객 만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SK렌터카가 차량 증가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강화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일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을 'A0/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올린 근거로 우수한 사업안정성과 수익 다각화 등을 꼽았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SK렌터카는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를 포함한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A+/안정적' 등급을 받게 됐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올라갔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자금을 더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더 큰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9일 기준 2년물 A+ 등급 회사채의 민평금리(민간평가회사 산정 금리)는 4.593%로, A0 등급보다 0.19%포인트 낮다. 개인 대출금리를 생각하면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회사채의 경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로 발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자비용의 차이는 상당하다.

SK렌터카는 지난해 10월 채권 시장 투심 악화 등으로 미매각 사태를 맞았고, 2년물 회사채 금리가 무려 6.292%로 책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 SK렌터카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6976억원으로, 369억원인 현금성자산의 19배에 달한다. 반면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은 3000억원 적자이고, 부채비율도 547%가 넘는 상황이어서 추가 자금조달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저렴하게 차입금 상환 비용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졌으니 SK렌터카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SK렌터카가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본다. 황일문 대표는 취임 이후 적극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을 이어갔고, 이미 지난해에만 7000대의 전기차를 구매했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외형 확대는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며 "대신 서비스 강화와 고객 만족 부문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 렌터카 부문과의 통합 등으로 규모의 경제는 이미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전기차 전환과 서비스 차별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SK렌터카의 이 같은 기조는 전체 차량 수를 늘려 점유율로 싸우기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SK렌터카가 '시장점유율 1위' 타이틀을 뺏기에는 롯데렌탈과의 차이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SK렌터카의 지난해 기준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17.3%로 업계 2위다. 부동의 1위인 롯데렌탈보다 4% 가량 낮다.

SK렌터카가 몸집 경쟁 대신 롯데렌탈과의 차별화, 수익성 확대를 위해 선택한 것은 '전기차'다. 지난해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총 보유 차량 수는 5만대 넘게 차이가 나지만, 보유 전기차 수는 차이는 약 5000대에 불과하다. 롯데렌탈도 보유 전기차를 늘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20년 8082대에서 작년 기준 1만8664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SK렌터카는 더욱 공격적으로 전기차 비중을 확대했다. 2020년 1700대 뿐이던 전기차 수는 지난해 1만3700대로 706% 가까이 늘었다. 전체 보유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서 8.2%로 커지면서 7.2%인 롯데렌탈을 추월했다.

SK렌터카는 오는 2030년까지 보유 차량 전체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황일문 대표가 단순히 차량 교체뿐만 아니라 SK네트웍스와 협력해 더욱 고도화된 전기차 서비스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21년 부임한 황 대표는 SK네트웍스 전략본부장·글로벌본부장·기획본부장을 지내며 그룹의 중요 업무를 수행했었다. 자회사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SK네트웍스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에 더없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SK렌터카는 지난해 9월 충전·주차·세차·정비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통합 관리 앱 EV링크를 출시했는데, EV링크의 충전 제휴사 중에는 SK네트웍스가 2대 주주인 전기차 완속 충전기 업체 '에버온'이 있다. 앱 출시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에버온과의 제휴는 모두 황 대표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초 '에버온'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민간 급속 충전 1위 업체 '에스에스차저(현 SK일렉링크)'를 인수했다. SK일렉링크는 현재 전국에 1800여개 급속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경우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어 SK렌터카와의 직·간접적 서비스 결합이 기대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사업구조나 서비스도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교체 목표가 있어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SK렌터카 입장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이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며 "당장 차를 늘리는 것보다 새 먹거리 발굴로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렌터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6%로, 11.4%를 기록한 롯데렌탈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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