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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애초 계약조건 불가능하면 약정금 요구 어려워”

[오늘, 이 재판!] 대법 “애초 계약조건 불가능하면 약정금 요구 어려워”

기사승인 2023. 01. 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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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A씨, '원금 5배 받는다' 약정 투자‥투자사는
사기죄로 기소
약정금 소송 1심은 패소…2심은 "조건 성취방해 인정" 일부 승소
"투자사 방해 있었지만 성취 못할 정도 아냐" 원심 깨고 파기환송
대법원2
대법원 전경 /박성일 기자
계약 조건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는 등 방해행위가 있어도 애초에 조건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면 민법이 명시하는 '조건 성취 방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투자자 A씨가 B사를 상대로 계약대로 투자금의 5배를 달라며 제기한 약정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2007년 1월 A씨는 B사가 추진 중이었던 전자제품 입력장치에 관한 특허를 활용한 전자제품 등 판매 사업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 조건으로 'B사는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 시 수익금 중 10%를 A씨의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의 금액이 될 때까지 지급한다'라고 약속했다.

이후 B사는 사기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2009년~2010년 A씨를 비롯한 여러 전자제품 유통 점주들을 속여 유통점 계약 신청금과 제품 선급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2017년 A씨는 B사를 상대로 약정한 금액인 5000만원(투자금의 5배)을 돌려달라며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투자 당시 맺은 계약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B사가 약정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매출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B사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심 패소 이후 A씨는 민법을 근거로 'B사가 계약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민법 150조 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B사가 매출 발생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아 조건 성취를 방해했고, 이에 A씨가 성취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심은 이러한 주장에 수긍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B사가 약정 조건을 이룰 의사가 없어 조건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뒤집고 A씨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민법이 명시하는 '조건 성취 방해'란 사회 통념상 방해가 없었다면 성취가 이뤄졌을 거라 예상되지만 방해 때문에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B사가 매출 발생 의사 없이 A씨에게 투자금을 받은 건 방해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초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방해행위가 없더라도 조건 성취가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협정을 맺은 시점이 사업 준비 단계여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과 B사 대표가 매출 창출 능력이 없음에도 돈을 미리 받아 가로챈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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