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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사표 써” 말에 무단결근한 직원…대법 “회사가 해고 의사 표시한 것”

[오늘, 이 재판!] “사표 써” 말에 무단결근한 직원…대법 “회사가 해고 의사 표시한 것”

기사승인 2023. 02.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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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팀장과 말다툼한 직원 부당해고구제 소송 내
1·2심 "해고 권한없는 관리팀장 우발적 표현"
대법 "우발적 표현 아냐…대표이사 묵시적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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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간부의 "사표를 쓰라"는 말에 회사 직원이 사직서 제출 등 정식적인 해고 절차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면 해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전세버스 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전남 여수의 한 전세버스 업체 기사로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했다가 같은 해 2월 11일 무단으로 결행했다. 이에 회사 관리팀장은 A씨를 강하게 질타했고 A씨는 반발하면서 말다툼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관리팀장은 A씨에게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퇴근하라", "기사 바꾸라", "통장계좌번호 넣어 주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날 해고 시키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리팀장은 "응"이라고 답한 뒤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재차 반복했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A씨는 3개월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자신이 2월 11일자로 해고됐으며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노위는 회사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려워 정식 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중노위 판단에 불복하고 2020년 12월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법원 역시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보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리팀장은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A씨가 이러한 말을 들은 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따로 분명한 사직의사 표시를 한 적도 없어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묵시적 해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에 따르면 관리팀장은 A씨와 말다툼 하기 몇 시간 전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 보냈다. A씨가 응하지 않자 관리상무를 데리고 A씨를 찾아가 열쇠를 직접 회수했고, 말다툼은 이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관리팀장이 A씨에게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은 A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우발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가 인력 부족으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3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에야 출근을 독촉했다는 점 등을 볼 때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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