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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원 “대출 알선업체에 빚까지 떠넘긴 계약은 무효”

[오늘, 이 재판!] 대법원 “대출 알선업체에 빚까지 떠넘긴 계약은 무효”

기사승인 2023. 03. 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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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업체 A사, 금융업체 B사와 대출업무 위탁 계약
대출 때마다 연대보증 서며 대신 갚는 추가 액정 맺어
대법 "사회질서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 파기환송
대법원2
대출 알선 업체에 수수료를 주는 대신 상환 기한이 넘어가면 대출금을 전부 떠안게 한 위탁 계약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관)는 수산물업체 A사가 금융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2014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A사는 B사와 그해 대출 업무 위탁 계약을 맺었다. A사가 수산물 담보 대출을 받을 업체들을 알선하면 B사가 수수료를 주기로 했다. 누구에게 대출해줄지 결정할 권한은 B사가 갖고 A사는 알선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B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상해야 했다.

여기에 A사는 대출 때마다 연대보증을 서야 했으며 돈을 빌린 업체들이 상환 기한을 넘기면 '무조건' 대출금을 대신 갚는 추가 약정도 맺었다. A사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업체들 대신 B사에 원리금 10억7000여만원을 대신 갚았고, 창고보관료로도 1억5000여만원을 썼다.

참다못한 A사는 B사를 상대로 부당 이득금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B사가 고의·과실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과 담보물 인수 책임을 부담케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추가 약정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103조가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A사는 대출 이용자를 선별·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 대출 계약 체결이나 심사·약정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고 B사만이 독자적·최종적 결정권을 갖는다"며 "이용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주체는 원칙적으로 B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은 A사·B사의 역할과 권리·의무 관계의 내용, 변동 경위, 지위와 경제력의 차이 등을 면밀히 심리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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