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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불온서적’ 헌법소원 군법무관, 14년 만에 복직 길 열려

[오늘, 이 재판!] ‘불온서적’ 헌법소원 군법무관, 14년 만에 복직 길 열려

기사승인 2023. 04. 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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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법무관과 소송서 연이어 지고도 "정년 지났다"며 강제전역
대법 "징계·전역명령 중대한 귀책…연령정년 기계적 적용 안돼"
'중령 지위' 확인 청구는 기각…지영준 "육군과 복직 협의할 것"
대법원2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대법원 이미지
이명박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헌법소원을 냈다가 강제전역을 당한 군법무관이 14년의 긴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현역 신분을 인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전직 육군 법무관 지영준 변호사가 현역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지 변호사는 동료 법무관 6명과 함께 2008년 10월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장병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국방부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노엄 촘스키 교수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3권이 불온서적이라며 부대 반입을 막자 이를 문제 삼았다.

이듬해 3월 육군참모총장은 지 변호사가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 처분했다. 지 변호사는 파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승소 판결을 받아 2011년 9월 복직했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은 복직 한 달 뒤 곧바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2012년 1월 지 변호사를 강제 전역시켰다. 그는 정직 1개월과 강제 전역이 모두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냈고, 2018년 7월 대법원에서 징계·전역 명령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9년 만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나이'가 문제가 됐다. 육군은 지 변호사가 소령 계급의 연령 정년인 45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다시 전역·퇴역 명령을 내렸다. 이에 지 변호사는 다시 소송을 시작했다.

1심은 육군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지만 2심은 전역 명령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군의 부당한 처분으로 지 변호사가 연령 정년을 넘기게 됐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는 파면처분 등에 관한 재판 결과로 중대·명백하고 위헌적인 부당함이 거듭 확인된 신분상 불이익처분으로 인해 상당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처했다"며 "이와 같이 줄어든 직무수행기간으로 인해 진급심사를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상실했고 그 필연적인 결과로 계급별 연령정년에 이르러 결국 진급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의 귀책 없이 초래된 비정상적인 상황 아래 도래한 계급별 연령정년을 원고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헌법 제7조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 이른다"며 "그에 해당되는 기간만큼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여전히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역명령을 받을 당시 소령계급이었던 지 변호사가 '현역 중령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3번의 긴 소송을 치러낸 지 변호사의 나이도 어느덧 오십을 훌쩍 넘겼다. 지 변호사는 "참 오래 걸렸다. 아직 고법 재판이 남아 있어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복직 문제와 관련해 "판결이 확정되면 육군과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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