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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직원 주문 실수로 파산한 한맥투자증권…대법 “계약 못 되돌려”

[오늘 이 재판!] 직원 주문 실수로 파산한 한맥투자증권…대법 “계약 못 되돌려”

기사승인 2023. 05.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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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실수로 460억대 손실 내고 2015년 파산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 주장 소송戰 최종 기각
"한국거래소 관리·감독 소홀" 주장도 인정 안돼
대법원1
대법원 이미지/박성일 기자
한 직원의 주문 실수로 2015년 파산한 한맥투자증권(한맥)의 460억여 원대 손실을 누가 책임질지 여부를 놓고 벌인 여러 건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한맥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공사)가 미국계 해지펀드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고"며 낸 소송에 대해 지난 4월 27일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날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 역시 한맥 손실금을 놓고 한국거래소가 "대신 갚은 돈을 돌려달라"고 낸 구상금 청구 본소 및 손해배상 반소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한맥은 2013년 12월 12일 소프트웨어 위탁업체 직원의 실수로 코스피200 옵션 42개 종목에서 증시개장과 동시에 3만 6978건의 거래를 체결했다. 대부분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의 주문이었고, 이로 인해 460억여원의 손실이 나면서 파산했다. 한맥이 납입하지 않은 거래대금은 한국거래소가 '손해배상공동기금'을 통해 대신 납부한 뒤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후 한맥과 공사는 캐시아캐피탈이 시장가격에 비해 이례적이라 착오를 알면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캐시아캐피탈은 당시 한맥과의 파생상품 거래로 가장 많은 354억원의 이득을 취했는데, 이를 돌려 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공사 청구를 기각했고, 2심도 항소를 기각됐다. 대법원 역시 이들이 맺은 계약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상대방이 표의자(의사표시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당시 시장 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한국거래소의 구상금 청구 소송에 맞서 거래소의 관리·감독 소홀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선 판결과 마찬가지로 착오를 이유로 파생상품거래를 취소할 수 없어 구상금 지급 의무가 있고, 거래소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어 관리·감독 소홀로 인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서도 파생상품 거래에 있어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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