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이 상업어음할인대출을 해 준 이후 그 대출이 상업어음대출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을 때 책임은 어느 쪽에 있을까.
대법원은 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신용보증기금에 보증책임이 있다고 최근 결정했다. 이는 종래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 사건에 대한 판결을 뒤집고 해석을 통일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소기업인 G사는 2001~2002년 신용보증기금(신보)과 3회에 걸쳐 신용보증 약정을 맺었다. 내용은 G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뒤 갚지 못해 신보가 대신 갚을 경우 G사는 신보에 변제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당시 약정에 따라 G사의 임원인 성씨 등이 연대보증을 섰다.
G사는 은행에서 1차로 1900만원, 2차로 1억4000만원, 3차로 상업어음을 발행하고 2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이후 G사에 부도가 발생했고, 신보는 대출금 2억1961만원을 은행에 갚은 뒤 소송을 냈다.
처음 이 사건의 당사자는 신보와 G사 양측이었다. 1심 법원은 1ㆍ2차 약정에 따라 신보가 은행에 갚은 채무를 피고들이 변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3차 약정에 따른 채무 변제에서 양측의 주장이 맞섰다.
G사의 연대보증을 선 임원들이 스스로 이 대출에 사용한 약속어음이 특약사항에서 정한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이었다고 자백한 것이다. 이때부터 재판에 해당 은행이 원고보조참가인으로 개입하게 됐고, 어음할인대출에서 어음을 가장한 경우 신보의 보증책임 여부에 법원의 판단이 집중됐다.
조사 결과 신보가 G사와 체결한 신용보증서 특약에는 ‘정상적 영업활동에 수반해 발행된 상업어음 할인에 대해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돼 있었는데, 대출 당시 G사는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보는 “보증인들이 갚으라"고 주장했지만 성씨 등은 "상업어음에만 보증책임을 진다"고 맞섰다.
이에 1심 법원은 "대출 당시 어음은 상업어음이 아니므로 신보에 보증책임이 없고, 따라서 구상권(다른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권리)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법원도 마찬가지로 "특약은 대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면 그 채무는 신용보증 대상이 아니고 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서 "신보는 보증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도 대출 과정에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신보가 보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 2인은 신용보증서의 문언 해석을 중시해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지지, 반대 의견을 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종래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사건에 관한 판례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의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업어음할인 특약이 있는 신용보증서에 기해 할인을 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을 때 금융기관이 대출 당시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 하더라도 이는 신용보증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므로 신용보증기금에 보증책임의 이행을 구할 수 없다”는 판시를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은행 측 변론을 맡은 전은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상업어음대출의 신용보증과 형식이 비슷한 기업구매자금대출의 신용보증에 대해 최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며 “담보능력이 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신용보증기금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또 “대상 어음이 특약과 다르다고 해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면 결국 금융기관이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해 별도의 담보 제공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법원이 이런 점에 주목해 신용보증제도의 취지를 살린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상업어음=상거래로 인한 매입대금의 지급을 위해 발행되는 어음을 말한다.◇융통어음=상거래 없이 오직 자금융통을 위해 발행한 어음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