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아핑검 스쿨(Uppinggham School)의 비인부전(非人不傳)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316010008063

글자크기

닫기

이진 기자

승인 : 2014. 03. 16. 15:47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평범하지만 예절바른 사람을 소망하는 사회
아핑검 스쿨(Uppinggham School)의 비인부전(非人不傳)
한국폴레텍대학 안성여자캠퍼스 김상회 학장
비지니스인사이드/안성/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모든 학교는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를 치른다. 졸업식과 입학식이다. 매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상급학교로, 혹은 사회로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한다.

매해 어김없이 돌아오는 졸업식과 입학식을 맞게 되면 ‘이 학생들에게 과연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 사회로 떠나보내는 것일까?’ 그리고 ‘이 학생들에게 가장 소중한 무엇을 머리와 가슴 속에 심어 주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버거운 책무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훌륭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흔히 동진(東晋)시대 중국의 서성(書聖)으로 일컬어지는 왕희지(王羲之)가 제자들에게 했다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입학시즌에도 모든 대학에서 어김없이 ‘입학사정’이 이루어지고 그 치열한 과정을 퉁과한 학생들만이 ‘배움의 자격’을 부여받았다. 과연 모든 대학의 입학사정 과정에서 왕희지가 경계한 ‘가르쳐서는 안될’ ‘비인’들이 걸러지고 ‘가르쳐도 좋은’ ‘인’들만 통과했을까.

입학사정에 가장 핵심적인 잣대로 동원되는 ‘학생등급’이 과연 ‘인’과 ‘비인’을 구분하는 정확한 척도가 될 수 있을까. 혹시 높은 등급을 획득한 학생은 ‘인’에 충실하기보다는 ‘비인의 조건’에 충실해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은 아닐까. 졸업의 조건은 또한 과연 제대로 ‘인’과 ‘비인’을 걸러낼 수 있었을까.

왕희지가 전하는 ‘비인부전’의 교육 원칙은 어쩌면 영국의 명문이자 자랑으로 일컬어지는 아핑검 스쿨(Uppingham School)의 교육철학에 가장 충실하게 녹아있는 듯하다. 이번 졸업식과 입학식을 거치면서 아핑검 스쿨 교장 선생님의 졸업식사를 떠올린다.

여러분이 대영제국의 명문 고등학교 아핑검을 무사히 졸업하고 새로운 미래로 한 발짝 전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0년 동안 우리 학교는 영국의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키워 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학교 출신 가운데 장관이 된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100만 달러 이상 돈을 번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 사회에 나가는 여러분도 이러한 아핑검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면 다른 사람을 딛고 일어설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릴수록 행복과 참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쉽습니다.

고자질하지 않는 사람, 자신에 대해 약하거나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지 않는 사람, 배신하지 않는 사람,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공적인 일에 용기를 내는 사람, 평범하지만 예절 바른 사람 등, 아핑검의 교훈에 따라 평범한 영국 시민이 되어 주십시오.

그러한 여러분이 바로 영국의 명문 고등학교 아핑검 스쿨의 전통이자 자랑입니다.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다른 사람을 딛고 올라갈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 더 많은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의 마음과 얼굴을 잃어버리는 사람, 고자질하고 남의 이목을 끌기에만 급급한 사람, 믿음을 배신으로 돌려주는 사람,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말만 하려고 하는 사람, 자기자신과 가족의 일에만 신경 쓰고 공적인 일에는 작은 수고와 용기도 내지 않는 사람. 혹시라도 이러한 사람들이 세계최고의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길러낸 사람들은 아닐까.

같은 물도 꽃과 나무에 주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꽃이 되고 사람을 구하는 양식이 되지만, 독사가 마시면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된다.

오늘도 신문과 방송에서는 정부 고위직, 혹은 재벌 인사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 비리와 부정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 속에서 발생하는 비극적인 소식들이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 소식 속에 등장하는 고위직이거나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개는 소위 ‘명문 학교’에서 ‘좋은 교육’의 혜택을 누린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정말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범하지만 예절 바른 사람’ 배출하여 ‘평범한 영국시민’이 되기를 당부하고, 200년 동안 단 한명의 백만장자 졸업생이나 장관도 배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학교의 자랑으로 여기는 아핑검 스쿨도 존경스럽지만, 이러한 교육목표를 지닌 학교를 영국의 이튼스쿨(Eton School)과 쌍벽을 이루는 명문학교로 인정해주는 영국시민들도 존경스럽다.

마치 블랙홀처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우리나라의 유수의 명문대학, 수많은 특목고, 외국어고, 자사고 중에 몇 개 학교만이라도 아핑검 스쿨의 정신으로 ‘인재’들을 가르쳐서 사회에 배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고자질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약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공적인 일에 용기를 내고, 평범하지만 예절 바른 사람”을 소망하는 사회를 그려본다.



이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