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피해에 소홀했다는 도의적 책임만 인정하는 것으로, 피해 당사자·유가족과 근로복지공단 간 산업재해 인정 소송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 이후에나 산재 인정 여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이 재판은 연내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공단 측의 항소가 없다면 이르면 내년 초쯤 삼성전자가 산재 여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날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공식 사과, 보상 약속과 함께 삼성전자가 그동안 일부 관여해 온 산재 소송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세에 대한 경영 승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백혈병 논란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여성 노동자 3명의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잇따라 패소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6월에 이어 지난해 10월 두 차례 나온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에서 여성 노동자 각각 2명, 1명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고등법원 판결마저 패소로 나온다면 삼성전자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고등법원 판결을 앞두고 공식 사과에 나선 이유는 이를 방지하려는 선제 조치 차원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재 판정으로 감당해야 할 보상액이나 손해배상액, 산재보험료 인상 등 비용 상승은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우선시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가 어느 시점에 산재 인정을 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예전에는 산재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다가 전날 사과 발표문에 산재 의심 질환자라고 쓴 점은 긍정적인 태도 변화”라며 “완전한 사과가 아닌 만큼 제대로 된 교섭을 통해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산재 판정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을 가장 우려한다”며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 사과는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 반올림 측의 제안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향후 논의를 지켜봐 달라는 차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산재 인정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