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동생 박지만 EG회장
3.민감한 내용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일정을 비운 것은 11∼12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정상과 시간 단위로 회담을 하는 만큼 최근 행사를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정윤회 문건’으로 불거진 비선실세 권력암투설 등에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상황을 지켜보며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통일준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성경에도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사람들이 고난이 많다”며 “항상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하고 그래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고민은 대략 3가지로 짐작해볼 수 있다. 첫째는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문고리 권력’으로 지칭되는 핵심비서 3인방과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 씨.
둘째는 자신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정씨와 박 회장은 현재 권력암투설의 양축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셋째는 민감한 내용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로 공무원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청와대가 공직기강 시스템의 붕괴와 내부 갈등 한 가운데 서게 된 점 등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건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했지만, 문건작성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를 향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문건유출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도 비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즉 청와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정윤회 문건으로 빚어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일각에서 감지되는 권력누수 현상은 집권 3년차를 맞게 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년차를 앞두고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은 물론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던 규제개혁 및 일자리창출 등이 자칫 ‘정윤회 문건’ 쓰나미에 표류할 수도 있다. 청와대가 이번에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하면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각종 국정과제의 골드타임을 허비할 위기인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검찰 수사에 맡겨 시시비비를 가린 뒤 대처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번 사태가 비선실세 간 권력암투가 아니라 정 씨의 국정개입을 의심한 조 전 비서관과 전 청와대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의 과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미 내부PC 접속, 출력, 복사기록 등을 분석해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PC에서 다수의 문건을 출력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유출자로 사실상 박 경정을 지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록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인적쇄신’을 통해 정국돌파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일신하고 국면을 전환해 국정을 쇄신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