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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방위 사업·산업’ 그 진단과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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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12. 15. 19:31

무기획득 소요단계부터 군과 국방부, 방사청, 업체간 수요에 대한 정보 공유와 데이터 교환, 활용 절실...'지명 경쟁' 입찰 방식 필요, 방사청 기술성·경제성 배점 개선 검토
국방과학연구소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방산전문가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기치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 지금의 방산 경쟁력의 큰 원동력이 됐다면서 최근 정부의 과도한 방산 규제와 간섭, 관리가 오히려 방산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 둘째)이 지난해 5월 자주국방 기술의 산실인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백홍열(첫째) 소장으로부터 우리 기술로 국내 개발한 무기·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군의 무기·장비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사진=청와대 제공
“지금의 대한민국 방위 사업과 산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획득 기획관리 방식을 소요단계에서부터 과학적이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방산전문가들은 1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방위 사업·산업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획득 기획관리 전반의 시스템적인 개선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방위사업 비리나 방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고쳐야 하지만 방위 사업·방산 전체에서 존망과 핵심 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특히 방산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위 사업·방산 수준이 이제는 선진국 도약을 위한 중진국에 접어 들었기 때문에 투명성과 표준화, 글로벌 스탠더드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과 견줄 정도의 고도화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보이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수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16일 예정된 방위사업청이 주최하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관하는 방산정책 심포지엄 발제에서 국내 방산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군과 국방부, 방사청, 방산업체들이 소요단계에서부터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데이터를 교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발제를 한 박 연구위원은 “방산은 군의 수요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산업과 달리 특수성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꼭 필요하다”면서 “군의 소요단계에서부터 사업 집행을 하는 국방부·방사청, 운용 유지를 하는 군수사·정비창까지 단계별로 수요와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정부·업체가 함께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군 수요에 대한 정보를 서로 적극 공유하고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군의 수요 데이터를 업체가 필요하고 반대로 업체 데이터도 군이나 정부가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방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발제에서 방위력 개선 사업의 기획관리상 업무 흐름을 기준으로 10대 중점 과제을 제시했다.

박준수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11
박준수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첫째, 소요 결정 이전 업체 의견과 정보 적극 활용, 둘째 분야별 방산능력 기획 수립, 셋째 업체의 연구개발 준비 강화, 넷째 국외도입 사업 기회를 활용한 국내 방산 기반 육성 추진, 다섯째 방산정책과 획득정책의 연계 강화, 여섯째 시험평가 정책 발전, 일곱째 원가절감 동기를 유인하기 위한 방산계약제도 운영 개선, 여덟째 무기체계 성능개량 정책 체계화, 아홉째 방산 수출과 민수 파급 등 시장개척 지원, 열번째 업체 경영개선 지원 등이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무기와 장비, 부품을 구입하는 정부의 최저 낙찰가 문제 개선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지금의 종합평가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있어야 하며 지명 경쟁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복수의 방산업체 국산화와 기술·품질 수준이 대동소이하다면 가격 비율대로 물량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이 제시한 지명 경쟁 방산 입찰 방식은 예들 들어 특정 업체가 100원을 써냈고 다른 업체는 50원을 써 냈다고 하면 총 물량이 1000대라고 가정했을 때 50원에 입찰한 업체에 두 배의 물량을 주고 100원을 써 낸 업체에는 2대1로 나눠 주자는 방식이다. 다만 기술성 차이가 미미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기술에서 차이가 나면 가격 경쟁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논리다.

현재 방사청에서도 기술성과 경제성은 배점을 지금의 80대 20의 8대2 비율에서 90대10의 9대1 비율로 바꾸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과 우리의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기술성과 경제성 평가를 분리해서 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최근 방위 산업·사업과 관련한 대규모 수사와 감사에 대해 자칫 방산인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축 시키면서 결국은 국가 안보의 보루인 군의 위상까지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채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때는 자주국방을 기치로 방위 사업과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서 땅과 돈까지 주면서 지원한 것이 40년 동안 방산이 성장할 수 있는 큰 토대가 됐다”면서 “이제는 방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시점에서 너무 과도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로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방산업계 전체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박근혜 국과연
방산전문가들은 최근 방위 산업·사업과 관련한 대규모 수사와 감사에 대해 자칫 방산인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축 시키면서 결국은 국가 안보의 보루인 군의 위상까지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박근혜 대통령(맨 앞 왼쪽 첫째)이 지난해 5월 자주국방 기술의 산실인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백홍열(둘째) 소장으로부터 우리 기술로 국내 개발한 무기·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특히 채 회장은 최근 불거진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일부 정치인들이 어떤 일이든 크게 뻥튀기를 해서 언론에 흘리고 이것을 언론이 철저한 검증 없이 마구 보도하면서 국민들에게 방산인 전체가 매도 당하고 있다”면서 “K-11 복합소총이나 K-2 전차의 파워팩도 비리라기 보다는 열악한 기술적 환경에서도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는데 이를 기다려 주지 않고 전부 비리로 몰아 붙이고 있어 방산인들의 사기가 죽을 맛”이라고 지적했다.

채 회장은 “물론 방위 사업이나 산업 분야에 있어서 잘못된 관행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당연히 도려 내고 고쳐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미 시정됐거나 충분히 개선 가능한 무기체계를 고물단지로 매도하거나 개인 비리를 마치 방산인과 방산 전체의 일인양 매도하는 마녀사냥식 비판을 결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채 회장은 “군피아라고 무기중개상인 에이전트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지만 사실 무기중개상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우리 군에서 그래도 경험과 전문성, 능력이 있는 군인들이 가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에이전트를 없애자는 것은 결국 방사청을 없애자는 단순한 발상도 똑같고 또 다른 퇴보”라고 지적했다.

채 회장은 “지금 방산 비리를 계속 떠드는 것은 결국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 뜨리고 우리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방산 비리 수사 때문에 외국 업체와 바이어들이 국내 방산 업체와의 수출 상담을 꺼리고 있으며 상담 진척도 안 되고 국내 업체들도 수출과 연구 개발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와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산전문가는 “우리나라 방산업체 관리는 규제와 관리가 너무 많고 관리하는 제도적인 복잡성이 과하다”면서 “미국처럼 군사 대국이나 할 법한 방산 제도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방산전문가는 “방산비리라고 말을 하는 것은 방산업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왜곡된 것이며 현역들의 전역 후 취업과 관련된 문제와 항상 관련돼 있다”면서 “방산비리 보다는 현역 인력들을 어떻게 전문적으로 재활용할 것인가 문제로 봐야지 방산의 비리로 호도하기는 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따른 방산전문가는 “방산 비리가 국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국외 도입이나 구매에서 더 큰 일이 터진다”면서 “정작 국외 구매 사업에서 원가 검증을 제대로 할 능력도 없고 시험평가도 못하고 있지만 국내 개발만 만만하게 원가 다 뒤지고 시험 발사 한번 실패하면 무슨 쥐잡듯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우석 회장 인터뷰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15일 “지금 방산 비리를 과도하게 매도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 뜨리고 타격을 주는 치명적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김종원 기자
이 전문가는 “방위 사업·산업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사실 국외 도입 사업에서 잠복해 있을 수 있는데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국내 시험 발사 실패 같은 것들은 선진화 돼 가는 과정이며, 이미 대한민국의 방산이나 방위 사업 수준은 고도화 돼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군의 소요와 사업 창출 쪽에 문제가 생기는 획득 기획관리 방식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산 집행 단계에서 시험 성적서를 위·변조하는 개인적인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자체를 고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는 비판도 있다.

획득 기획관리에서 핵심적으로 고쳐야 하는 부분은 소요단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요군에서 작전요구성능(ROC)을 설정 할 때부터 과연 얼마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소요 제기를 위해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분석 평가를 하고 있는지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다만 획득 단계를 거쳐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 추진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이미 시스템적으로 관리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소요 단계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기획하느냐에 따라 방위 사업과 산업의 존폐가 달렸다는 얘기다. 소요 단계의 시스템적인 과화화·객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행위자들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중심에 바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지만 현재의 ADD는 너무 비대한 조직으로 효율적으로 굴러 가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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