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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에 이렇게 많은 신청자가 몰린 배경에는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나 원리금 상환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등이 있겠지만, 대출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무엇보다도 이전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이면서 동시에 만기가 긴 부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채교환(debt swap)은 채권의 원금은 유지한 채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게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연성 채무조정(soft restructuring)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당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 정부가 채무조정을 통해서 얻었던 이자율 인하와 만기연장의 효과를 이번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구조를 살펴보면 채무자의 이득은 결국 채권자인 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신청자가 신규로 대출한 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이렇게 발생한 안심전환대출 채권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인수한 뒤에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여 유동화하게 된다. 주택금융공사로 채권을 매각한 은행은 신규 가계대출 확대 여력이 생기게 되는데, 정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서 각 은행이 취급한 안심전환대출 잔액만큼 MBS를 매입하고 1년 이상 보유하도록 했다. 기존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3.5% 내외인데 반해 최근 발행되는 MBS 금리가 2% 초중반 수준임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취급하면서 연 1%포인트 수준의 이자이익 감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연한도 20조 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 본다면, 올 한해 예상되는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가 2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7조 원에 이르는 은행권 연간 순이익 규모와 주택보증기금 출연료 감면을 고려한다면 당장은 큰 손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흘 만에 완판된 안심전환대출 20조 원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70조 원의 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지 못한 가계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한도를 증액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수혜자에 의해서 변경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더러 최근 순이자마진(NIM) 축소에 고심하고 있는 은행들의 부담 확대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도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던 제2금융권 가계까지 고려할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 확대 여력도 제한받게 된다.
안심전환대출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차주에게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볼 문제다. 가계의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안심전환대출로 경감받는 월 이자 지급 금액보다 개시되는 원금상환금액 규모가 크다는 점은 증가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우량 차주를 선별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의 대상이 시중은행 이용자로 국한되면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 이용자들이 제외된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한정된 재원을 투입하는 정책의 효과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한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은 인정할 만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원금상환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 침체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위험이 상존한다. 이자율 조정과 만기연장은 가계부채 리스크 분산의 효과가 있겠지만 크게는 문제를 연기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결국 가계부채 상환의 원천이 ‘가계소득’이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을 정확히 식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에 맞게 금융 측면의 정책뿐만 아니라 소득증대, 일자리 확대, 주거비 완화 등의 실물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당국 간 긴밀한 협조하에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