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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원유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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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6. 02. 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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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박주헌원장_큰사진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아담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유명한 비유로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강조했다. 이기심으로 충만한 개인들이 시장에서 만나면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가격의 변동에 의해 합리적인 자원배분을 도출해 낸다는 주장이다. 현대경제학은 이 주장을 입증하는 데 몰두했고, 그 결과로 오늘날에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 주장을 믿는 경향이 있다. 단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에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장이 상당히 경쟁적이고, 시장에서 수급에 대한 정보가 원활히 공유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중요하다.

사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은 현대경제학 이론으로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제 원유시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애매한 측면이 있다. 우선 중동에 주로 위치한 대규모 산유국들이 OPEC이라는 공급자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어 충분히 경쟁적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시장의 수급뿐만 아니라 정보가 극히 제한된 전략적이고 지정학적인 요인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일반 시장과 차별화된다. 이런 특이성으로 인해 원유시장은 종종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논외로 하더라도, 86년의 유가 폭락과 최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유가의 심한 변동은 원유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없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한때 배럴당 140달러하던 원유가 지금은 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바닥권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원유시장이 혼미한 상황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애매하다.

그러나 국제원유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은 시장 밖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교란 요인에 의해 좌우되어 예측하기 어렵지만, 장기적 흐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신고유가시기에 접어들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는 향후 상당기간 혹은 영원히 지속될 거란 예측이 지배했었다. 하지만 100달러를 상회하는 고유가 신호는 당시까지만 해도 생산비용이 너무 높아 투자대상이 되지 못했던 셰일에너지 개발의 전조 신호였다. 고유가는 셰일혁명을 촉발해 머지않은 장래에 공급초과와 유가하락을 예고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100달러를 상회하는 고유가 신호에 따라 ‘보이지 않는 손’은 셰일에너지의 등장과 유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의 불황과 OPEC국가들의 감산합의 실패가 맞물리면서 유가하락의 시기는 앞당겨 졌고 하락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며 폭락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떤 방향을 가리킬까? 국제 원유시장의 스윙프로듀서(수급 조절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으로 임무교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미지역의 원유생산비는 평균 50달러 근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20달러 대의 유가는 셰일에너지 투자를 위축시켜 공급초과는 해소될 것이다. 이제 ‘보이지 않는 손’은 셰일에너지 공급 감소와 유가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OPEC이 극적으로 감산에 합의한다거나,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한다면 유가는 완만한 상승이 아닌 폭등으로 반전될 수도 있겠지만,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수준으로 회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금방 바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은 방향만 가리키고 있을 뿐, 그 방향으로 접근해 가는 경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유가 반등의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이지 않는 손’에 기대있는 현대경제학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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