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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조선3사, 한진중공업 ‘선제적 구조조정’ 롤모델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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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6. 05. 13. 06:00

최원영 중화학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극복에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최근 채권단과 자율관리 협약을 체결하며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한 한진중공업이다. 협약 체결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았을 뿐 아니라, 금융권에선 위기의 조선업계를 재편할 구조조정의 밑그림으로 한진중공업 사례를 꼽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한때 말 많았던 한진중공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기를 넘기고 재도약의 기회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려면 5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 조선업 전반에 불어닥친 극심한 불황과 이에 따른 감원 회오리는 사실 한진중공업이 2011년 이미 체험했던 일이다. 당시 한진중공업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는 그야말로 국가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한때 영도조선소 도크가 비좁을 정도로 일감이 차고 넘쳤던 한진중공업은 2010년 돌연 생산직 4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서를 통보했다. 금융사태 이후 일감이 줄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노조는 경영손실 전망을 과장하고 노동자에 희생을 강요한다며 즉각적인 파업에 나섰고 정치권까지 나서 크레인 고공시위와 희망버스 운행 등으로 시끄러웠다.

한바탕 홍역을 앓고 난 한진중공업은 4년여 만인 지난 1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고강도 ‘인적 구조조정’을 요청했고 생존을 위해 회사는 또 한번의 희망퇴직을 감행했다. 결과는 4년 전과 달랐다. 다소의 잡음이 있었지만 희망퇴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미미했고 목표했던 숫자를 훌쩍 넘긴 이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국내 대부분의 조선사가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심지어 노조는 회사의 존속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선 자율협약 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지난 10일자로 동의서까지 제출했다.

물론 규모면에서 대형조선소와 한진중공업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회생에 가장 큰 걸림돌일 수 있었던 인적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선제적인 대응과 이에 따른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인력감축뿐 아니라 사업 재편 전략도 탁월했다. 영도조선소를 특수목적선, 수빅조선소를 일반 상선 전문조선소로 특화시키는 투트랙 전략은 회사가 꾸준히 추진해 온 재편안이다. 자율협약 신청 이후 실사를 포함한 후속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된 것도 이미 회사가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을 구상해 왔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 3사는 대규모 인력 감축과 이 과정에서 불거질 노사 갈등이라는 최대 과제를 안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해 놓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사업과 자산은 버릴 건 과감히 버리는 선택과 집중에 들어가야 한다. 몇 년에 걸쳐 몸집 줄이기를 시도한 끝에 경영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 한진중공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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