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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은 은행장들은 휴가지에서도 수익성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반면, 그동안 염원하던 인수합병(M&A)를 이뤄낸 은행장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휴가길에 오르게 됐다.
한편 일부 은행장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 근무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행명 가나다순) 등은 이르면 이달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윤종규 행장은 이르면 이달말 또는 다음달초 여름 휴가를 갈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지난해와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취임 이후 윤 회장은 KB금융내 취약 부문이었던 보험과 증권의 M&A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냈기 때문.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통합 증권사인 ‘KB증권’을 출범, 전 직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힘쓰고 있다. 굵직한 사안들을 해결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밖에 없다. 또 KB금융의 올 상반기 실적도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윤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부담갖지 말고 휴가를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권선주 행장은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약 일주일간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장소는 구체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가족과 함께 부산이나 제주도 등 국내 여행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은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길게 휴가 계획을 잡고 있다. 평소 산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만큼, 이번 휴가지에서도 책을 손에 놓지 않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경섭 은행장은 15일 광복절 연휴에 맞춰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이 행장은 보통 광복절을 껴서 휴가를 다녀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보통 여름 휴가에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를 갖는 것으로 안다”며 “길게는 아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짧은 휴가길이라도 이경섭 행장의 발걸음은 다소 무거울 전망이다. 올 상반기 농협은행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적자가 불가피하다. 조선과 해운업의 불황으로 시중은행이 부실여신을 털고 떠날 때, 농협은행은 끝가지 이들 기업에 우산을 씌워주며 남은 탓이다. 이에 이 행장은 임원들에게 “실적 부담을 내려놓고 반드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와 더 열심히 하자”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우 회장은 40년 넘게 몸담아온 금융업에서의 마지막 휴가를 남겨두고 있다. 한 회장은 보통 독서와 가족 모임 등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지만 올해는 복잡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내달 초 휴가를 다녀오고나면 차기 지주회장을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르면 11월 구성된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후임을 골라야 하는 부담에 예년과 같은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손꼽히는 조용병 행장도 마음편히 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은 휴가기간에도 휴식보다 회사 생각에 시간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도 강원도 평창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태백에 위치한 자행 에스버드 여자 농구단 전지훈련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소통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차기 회장으로서 올라서기 위해 다음달 중 3일간 떠나는 휴가기간에도 ‘깜짝 행보’를 보여줄 여지가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정상근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 행장은 휴가를 다녀오긴 했지만, 사실 여행이 아닌 비염 치료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이틀간 휴가를 냈다.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행장은 올 초부터 광폭적인 글로벌 행보를 보이면서 우리은행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매진해왔다.
우리은행의 실적이 뚜렷히 개선되자 최근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당국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르면 이달 중 우리은행 매각 공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금융당국에서 공고를 낼 경우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임기내 민영화’를 위해 임기를 1년 줄이며 의지를 다졌던 이광구 행장을 연임 시키면서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하는게 수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지난해에도 휴가 계획이 특별히 없었고, 올해도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며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이 없는 걸 보면 휴가를 반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휴가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 작업이 지난달 마무리됐지만 금융권의 통합 멤버십 경쟁 시작, 하나멤버스의 해외시장 진출 등 현안이 산적한 탓이다. 휴가를 떠나기보다는 눈앞의 과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도 통합을 앞두고 휴가를 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함영주 은행장도 마찬가지로 여름 휴가를 반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함 행장은 매일같이 전국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해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현장경영과 통합은행의 당면 과제들로 일정이 빠듯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