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박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독대 시기와도 맞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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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미리 증거자료를 파기하거나 은닉한 정황은 앞서 몇 차례 드러났지만 압수수색 훨씬 전부터 검찰의 내사 정보를 전해 듣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는 롯데 측 관계자의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K스포츠재단 지원 요청을 위해 단독 면담을 가졌던 시기와 맞물려 있어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지원한 자금의 성격과 관련 ‘수사 무마’ 내지 ‘면세점 승인’의 대가가 아니었냐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4일 롯데그룹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월 검찰의 내사 정보를 입수한 뒤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재무·회계 부서 등에 자료를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A씨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위에서) 컴퓨터 교체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 시기는 2월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기 롯데는 일부 계열사와 회계 부서에 하드디스크만 교체하는 방식이 아닌 컴퓨터 자체를 새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교체 대상 컴퓨터는 기업 내 자금 흐름을 파악될 수 있는 컴퓨터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컴퓨터 교체주기인 5년에 해당되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증거인멸 작업을 진행해 향후 컴퓨터 교체 이유에 대한 알리바이까지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A씨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압수수색이 안 나왔다”며 “일은 해야 되고 할 수 없이 필요할 때마다 외부에서 이전에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갖고 와 연결해 쓰곤 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내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압수수색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각 계열사의 실무담당자들이 업무상 과거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외부로 빼돌려 놓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가져와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롯데는 지난 2월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직후 누군가를 통해 검찰의 내사 정보를 입수했고, 곧바로 증거인멸에 들어간 셈이다. 검찰의 내사 정보 유출 시기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 지난 2월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전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롯데에서는 당시 싱가포르와 일본 출장 중이던 신 회장을 대신해 고 이인원 롯데 부회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를 전후로 박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독대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롯데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은 3월 10일께 신 회장과의 단독 면담 자리를 마련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고, 3월 14일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의 면담이 이뤄졌다. 신 회장은 이날 바로 K스포츠재단 지원을 지시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롯데가 면세점 입점과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해 7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직전 롯데로부터 받은 70억원을 급하게 반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재단 측에 수사기밀이 흘러간 것으로 의심해 왔다.
하지만 롯데가 그보다 훨씬 앞선 2월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 같은 수사기밀을 롯데 측에 흘린 사람이 누군지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검은 대기업들의 재단 출연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는지를 수사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당시 검찰 조직을 장악하고 있었던 청와대 쪽에서 검찰 내 라인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롯데 측에 흘렸을 가능성과, 평소 롯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새누리당 중진 의원이 검찰 내지 청와대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롯데 측에 흘렸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해당 의원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롯데그룹 고위관계자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위해 수차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