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아시아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변변치 않은 헤지펀드 수익에 실망한 자산가들이 사모펀드(PE·비공개 기업투자)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UBS에 따르면 아시아 패밀리오피스(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사모펀드·부동산 등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s)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지난해 5월 기준 2년 사이 3%포인트 증가한 44%였던 반면, 헤지펀드에 할당된 비중은 1%포인트 하락한 5%였다. 주된 이유는 헤지펀드의 저조한 수익률로, 전세계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산정하는 헤지펀드리서치(HFR) 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까지 단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UBS의 지난해 11월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패밀리오피스들이 주식시장 상승세에 미치지 못하는 헤지펀드에 등을 돌려왔다.
에릭 란돌트 UBS 아시아·태평양 자문 책임자는 이러한 추세는 패밀리오피스들이 공격적인 실적 목표를 세우는 아시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란돌트 책임자는 “(아시아에서) 패밀리오피스들은 주로 자산가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일을 한다”며 “이는 자산가들에게 성장동력이 된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자산을 보전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멜빈 테오 싱가포르 경영대학 금융학과 교수도 패밀리오피스들이 헤지펀드 투자를 꺼리면서 특히 아시아의 신규 헤지펀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오 교수는 “아시아 헤지펀드는 글로벌 헤지펀드에 비해 규모가 작아 큰손 고객과 패밀리오피스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만일 패밀리오피스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아시아 헤지펀드 업계는 경제적인 곤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모펀드 시장은 성장세를 타고있다. 특히 기술 부문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체들을 물색하는 인수합병(M&A) 전문 회사들의 인기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 기업들은 원래 벤처캐피탈 및 전문투자자들의 영역이었지만 지난 수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사모펀드는 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기업주식을 되팔아 차익을 얻는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다. 비즈니스 전문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는 지난달 28일 동남아시아에서도 기술 기업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사모펀드 투자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그랩택시’에 7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고젝’에 5억 5000만 달러(약 6000억 원)가 투자됐다.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싱가포르 타우러스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프레이스 전무이사는 자사의 초고액자산가들이 기술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는 쪽을 택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들의 자산 중 약 10%가 대체자산 투자에 할당돼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골든이퀘이터캐피탈도 이러한 변화를 급격히 체감하고 있다. 셜리 추아 골든이퀘이터캐피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에서 헤지펀드에 할당된 자산의 비중이 10% 미만으로 지난 2년 사이 절반 이상 낮아진 반면 사모펀드의 비중은 20%로 2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추아 CEO는 자사의 고객들이 우버·매직리프 등 소수주주가 지배하는 미국의 혁신적인 기술 기업들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우리의 고객들은 신(新)경제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헤지펀드 리서치기관 유레카헤지는 지난해 11월까지 낮은 수익으로 인해 아시아 헤지펀드에서 16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 상당의 자금이 유출되면서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지난해 1 ~ 9월 개설된 신규 헤지펀드 수는 총 27건으로 2000년 56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