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대물박(地大物博·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함)이라는 말에서 보듯 국토가 정말 엄청나다. 한국의 100배에 이른다. 그러나 범죄자가 숨을 곳은 없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살인을 저지른 후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한 남성이 최근 무려 27년 만에 공안 당국에 체포되면서 중국에도 죄인에게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중국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하늘 아래라는 우스개소리는 이로 보면 나름 진리가 아닌가도 보인다.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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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체포된 살인 피의자 싱 모씨(가운데). 공안에 압송되기 직전의 모습이다./제공=신원화바오.
중국의 유력지 신원화바오(新文化報)의 4일 보도에 따르면 기네스북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가 막힐 사연의 주인공은 산시(山西)성 뤼량(呂梁)시의 싱(邢·57) 모씨로 체포될 때는 이미 가정을 이뤄 손자들까지 둔 할아버지가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안 당국의 보강 수사를 통해 진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그는 지난 1990년 20세 때 지린(吉林)성 궁주링(公主嶺)시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19세의 한 청년을 살해하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그는 산시성으로 도피,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면서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여성을 알게 돼 결혼을 했다. 자녀들도 세 명이나 잇따라 태어났다. 당연히 그는 자신의 신분을 가족들에게도 철저하게 감췄다. 가짜 호적도 두 개나 만들어 공안 당국의 눈을 피했다. 하지만 27년 전 미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한 지린성 궁주링 공안들의 집요한 추적에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왕젠예(王建業)라는 세탁된 신분으로 살아가던 그의 주변까지 샅샅이 파헤친 공안들에 의해 범인이라는 사실이 드디어 밝혀진 것.
그는 지난달 20일에 전격 체포돼 사건 현장인 궁주링으로 압송됐다. 워낙 궁주링 공안들의 수사가 완벽해 범행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그동안 가슴을 졸이면서 산 것이 너무 괴로웠으나 이제는 속이 시원하다고도 토로했다고 한다. 확실히 죄를 짓고는 두 발을 뻗고 편히 잠들기는 힘들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