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가에 최근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 대신 최측근인 왕후닝(王滬寧·63)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정치적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미 그가 모든 공식석상 참석이 배제돼 낙마는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 총서기 겸 주석이 정권의 안정을 위해 그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친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중국 권부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29일 전언에 따르면 이런 소문은 진짜 괜한 게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당 살림을 총괄하는 중앙서기처 서기인 그가 지난 1개월여 동안 거의 공식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영 이상하다. 나이 탓에 정치 2선으로 물러난 왕치산(王岐山·70) 국가부주석이 자주 언론에 활동과 이름이 거명되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콩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의 보도 역시 그가 희생양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그가 조만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학계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이 그럴 듯하게 주요 뉴스로 퍼지고 있다.
왕후닝
0
중국 권부의 상징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종종 열리는 공산당 정치국 국원들의 집단 학습 전경. 시진핑 총서기 겸 주석의 오른편이 낙마설이 도는 최측근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이다./제공=신화(新華)통신.
사실 그의 낙마설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하기 어렵다. 그는 주지하다시피 시 총서기 겸 주석의 통치 이념을 설계한 최측근의 책사로 손꼽힌다.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질색할 만큼 싫어하는 중국몽(中國夢)의 구호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의 근간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가 주군의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책임을 어느 정도 질 필요는 있다. 게다가 그럴 경우 시 총서기 겸 주석은 읍참마속했다는 동정표도 상당히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가 낙마할 경우 시 총서기 겸 주석의 위상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런 반론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실제로 여론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그렇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대별되는 경제 실정에 시 총서기 겸 주석의 절친인 류허(劉鶴·66) 부총리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시 총서기 겸 주석으로서는 류 부총리까지 내쳐야 하는데 가장 신뢰하는 좌우 수족을 모두 내칠 수는 없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보인다. 아무려나 왕 상무위원 겸 서기의 처지로 미뤄볼 때 시 총서기 겸 주석의 위상은 확고부동하지만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