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 소재의 화시(華西)촌은 14억 중국인들에게는 ‘천하제일촌’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개혁·개방의 바람에 편승, 마을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범적 모델로 키워낸 때문이다. 실제 이 마을 주민 5만여 명은 대부분 별장같은 주택에 살면서 자가용도 몇 대씩 굴리고 있다. 심지어 헬기를 가진 주민들도 없지 않다. 천하제일촌이라는 별칭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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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화시촌. 그러나 지금은 많은 부채로 신음하고 있다. /제공=인터넷 포털 사이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이 불후의 진리가 무색하지 않게 화시촌 역시 최근 톡톡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빚이 빛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화시촌 산하 화시그룹의 부채 총액이 무려 389억 위안(元·6조61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208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화시그룹의 주주들인 만큼 이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들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화시촌이 엄청난 빚을 지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주류 산업을 과감하게 전환시킨 탓에 차입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과거 화시그룹은 주로 철강, 방직, 에너지, 화공 분야의 회사들을 운영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금융, 신에너지, 의료, 교육 분야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됐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과다 차입금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이전처럼 불처럼 일어날 것인가 하는데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직 확신을 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마을이 파산하거나 하는 비운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도 될 듯하다. 화시그룹의 자산이 540억 위안이나 되고, 부채 비율 역시 70% 이하인 만큼 아직은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물론 화시촌의 명성이 퇴색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이는 매년 화시그룹의 매출액이 250억 위안 전후에 머무르거나 서서히 줄어드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에 철강 등 기존의 효자 사업들이 지금은 과잉생산에 따른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도 화시촌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천하제일촌이라는 명성은 자칫 하면 ‘달빛에 물든 전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