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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를로’에는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 연광철이 출연해 이틀 공연 모두 매진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뿐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대부분 공연의 유료관객 객석 점유율이 80%에 달한다는 사실은 우리 오페라 현실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축제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지역의 오페라축제가 16년 동안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는 일이 쉽게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공은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현재 일본의 저명한 문화정책학자들이 대구를 오가며 사례 연구 중이고, 올 연말 도쿄에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한다고 한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두 번째 메인프로그램으로 영남오페라단이 지난달 28~29일 무대에 올린 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 역시 객석점유율 평균 96.05% 중 유료 관객비율이 평균 89.6%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창작오페라인데다 초연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더욱 놀랍다. 물론 윤심덕이라는 오페라 소재가 매력적인 흡입요소였겠지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활발한 분위기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심덕, 사의 찬미’는 영남오페라단이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준비한 작품으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로 알려진 윤심덕의 일대기를 4막 2장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윤심덕의 모습을 사랑에 빠진 여인, 빼어난 재능의 성악가, 애국심 강한 식민지 백성 등 세 갈래로 나눠 조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짧은 프롤로그를 넣어 윤심덕과 연인 김우진의 비극적 결말을 알리고 그들의 친구 홍난파가 두 사람을 회고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입체적 구성을 취했다. 윤심덕과 관련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지만 그녀와 김우진이 대구에 와서 활동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오페라에서 윤심덕이 홍난파의 바이올린 반주로 대구에서 실제 연주한 곡들을 삽입함으로써,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밝히고 대구와의 인연도 강조한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다. 남다른 재능과 예술성, 애국심을 지녔지만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 윤심덕과 김우진이 잘 알려진 대로 현해탄에서 동반자살을 하면서 오페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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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성악가들이 대체로 호연을 들려준 가운데, 윤심덕 역을 맡은 소프라노 조지영은 발군의 가창과 연기력으로 주역 중의 주역 역할을 해냈다. 역할 특성상 거의 공연 내내 무대를 지켜야했고, 노래하기 쉽지 않은 음역대의 아리아와 중창이 이어졌지만 흔들림 없이 배역을 소화하며 큰 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의 높은 완성도는 조지영의 탄탄한 기량과 열정적인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리릭 레제로 소프라노인 조지영은 청아하면서 호소력 짙은 음색에 강질의 성대까지 갖추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성악가라고 본다.
반주를 맡은 디오오케스트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전속 오케스트라다. 이번 오페라축제에서도 ‘돈 카를로’ ‘살로메’ ‘유쾌한 미망인’ ‘라 트라비아타’ 등 색깔과 결이 각기 다른 여러 작품들을 원활히 소화하고 있다. 지휘자 김봉미가 이끈 이날 공연은 상대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이 좀 크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쉽지 않은 창작오페라의 초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최선의 성과를 냈다.
이번 ‘윤심덕, 사의 찬미’는 여러 모로 우리 오페라 역사에 의미 있게 기록될 창작오페라 초연이다. 한국 창작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공연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공연이 거듭돼야만 발전적인 수정과 보완이 이뤄지고, 작품의 완성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가며 공들여 제작한 우리 창작오페라의 대부분이 초연으로 끝나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윤심덕은 근대 우리나라 음악사에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그를 소재로 한 오페라가 이제야 등장했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윤심덕, 사의 찬미’가 앞으로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오페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상명대 교수(yonu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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