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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슈퍼갑 국민연금, 우리 경제는 ‘관치’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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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9. 0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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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국민연금이 휘두른 철퇴가 결국 조양호 회장을 대한항공에서 퇴진 시켰습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태에 몸서리 쳐 온 국민들은 ‘정의는 살아있다’고 연호 합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영역을 넘어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 했다는 건 ‘관치 경제’를 공식화 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기업들은 최근 눈치를 보며 정부 입맛 맞추기에 혈안 입니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이 서서히 대기업 목을 죄여오고 있어서 나름의 방법으로 살 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정부 눈 밖에 나면 당장 주요 자리나 정책에서 배제되는 ‘패싱’이 이뤄지기 일쑤일 뿐 아니라, 이제는 회사 경영에서도 퇴출 될 판입니다.

무거운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정부 맞춤형 행보로 숨죽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급격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국내 최고(最古) 기업은 최대 위기를 맞았고, 일자리 창출 요청에 기업들은 앞다퉈 수치만 나열한 일자리 및 투자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는 전 정권 기부금 지원 사태로 불거진 정경유착을 비판하고 그 기세를 몰아 들어섰습니다. 태생적으로 이를 멀리하고 있는 이유 입니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또다른 방식으로 압박과 길들이기를 하고 있고, 정부가 원하는 바를 들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전과의 차이는 ‘한 끗’에 불과하다는 게 기업들 시각 입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는 미르재단 등에 출연한 대기업들을 추궁하는 자리 였습니다. 당시 故구본무 LG회장은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질의하던 의원이 “앞으로도 다음 대통령이 뭐 좀 내라고 하면 다 들어줄 것인가”라고 묻자 구 회장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막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정부는 더 막강한 힘을 가졌습니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국내 주요 대기업 전반에 걸쳐 2대 주주 지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 슈퍼갑이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라’는 대통령 한마디에 움직였습니다. 국민연금은 형사처벌 전력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최태원 SK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도 반대했습니다. 기업들은 의아해 합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국가 수출의 주요 축으로 회사를 키우는 등 특유의 경영수완을 인정 받는 중 나온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목소리에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기업은 없습니다. 장사를 잘해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도 마찬가집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국민청원’처럼 향후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를 끌어 내리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계속 커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국민연금이 나선다면 여론이 기업을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 역시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주체는 대한상의 등을 통해 수시로 만나고 있는 ‘대기업’들이기 때문에, 굳이 전경련을 피한다는 건 여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전경련은 미국과의 통상에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해 줄 전통 있는 단체입니다. 우리 경제에 필요하다면 만나고 소통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국가 경제가 돌아갑니다. 뿔을 고치겠다고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와 같은 무책임한 일이 정부에 의해 벌어질까 우려됩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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