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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에 공장을 두고 있는 엡슨도 더 이상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인 후 공장 인수 후보 기업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렛패커드는 이미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 협상을 거의 끝내고 철수를 기다리고 있다. 매각 자금으로 확보한 31억 달러를 동남아시아 등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하고 야심차게 진출한 우버 역시 미련없이 중국 시장을 박차고 나왔다. 본사에서는 매각 대금 70억 달러를 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거론해야 한다. 톈진(天津)의 휴대폰 공장을 각각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이미 끝마친 상태다. 하청 공장인 폭스콘(富士康)을 인도로 옮긴 애플과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만간 중국을 떠나려는 ICT 기업들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해야 한다. 유통, 패션, 자동차 업종의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중국 사업을 접거나 접으려는 현실을 보면 당연하다고 해도 좋다.
이처럼 글로벌 ICT 기업들이 탈(脫) 중국 행렬에 나서는 것은 노동자들의 폭발적인 임금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10여년 전보다 100% 이상 오른 상황에서는 아무리 중국이 큰 시장이라고 해도 더 이상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 부동산 가격의 폭등, 토종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글로벌 ICT 기업들의 탈 중국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차이나 엑소더스가 완전히 고착돼 중국이 ‘기업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 과거 중국의 규제를 견디다 못해 철수한 구글과 페이스북이 최근 어떻게든 중국 재진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지 않나 싶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최근 사태에 놀라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분위기는 다소 진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ICT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는 “현재 상황을 과도기라고 보고 싶다. 과거에는 중국에 대한 환상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묻지마 투자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기술력 강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아니면 중국 투자는 불행으로 직결된다. 반대는 당연히 성공한다”면서 현재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굴지의 ICT 기업이더라도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려가면서 중국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