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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제 2의 시련…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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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9. 04. 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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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산은에 총수일가 금호고속 지분 담보 제공
3년내 정상화 실패시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항공 매각 시 그룹 좌초 위기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시작된 그룹 유동위기 벼랑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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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내려놓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 인수가 발단이 됐던 그룹 구조조정 파고에 다시 휩쓸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로 시작된 그룹 재무건전성 위기는 박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결과뿐 아니라 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고속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마저 사실상 잃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 부담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산업은행에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정상화 실패 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10일 금호아시아나는 산은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그룹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업은행과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출된 자구안은 박 회장의 부인인 이경열씨와 딸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9%를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호타이어 신규자금 대출과 관련해 담보로 제공된 박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는 채권단이 담보를 해지할 시 곧바로 담보로 잡힌다. 채권단은 3년 안에 정상화가 안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현재 이경열씨와 박 상무가 보유한 지분은 총 13만3390주다. 지난해 박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을 늘릴 당시 주당 10만5531원으로 거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두 사람의 지분가치는 141억원 규모다. 박 회장과 박 사장의 지분 가치를 합쳐도 17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번 자구안은 단순한 지분가치를 떠나 그룹의 최상위에 있는 금호고속을 채권단에 맡기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이 자칫 공중분해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현 상황이 다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단위가 넘는 차입금 상황을 막지 못하면 그룹의 중추이자 마지막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그룹을 먹여 살릴 캐시카우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박삼구
/송의주 기자songuijoo@
이번 사태에 대해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건전성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6조4255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자금동원을 위해 2005년 금호타이어 상장으로 보유한 현금에 주력 계열사의 운영자금을 제외한 가용현금 1조5000억원을 동원했다. 이와 함께 대구부산고속도로·인천공항에너지·아시아나공항개발 주식 등을 처분해 1조원을 추가로 충당했다. 하지만 나머지 4조원은 계열사에서 차입금을 통해 1조원,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3조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자금 수혈이 결국 유동성 위기로 번졌고 결국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인 금호타이어를 떼어내고,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201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IBK펀드에 매각했다.

특히 이번에 총수일가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금호고속은 박 회장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키려 했던 계열사다. 2015년 6월 금호터미널은 코에프씨PEF로부터 금호고속 지분 100%를 인수해 금호고속·속리산고속·금호고속관광 등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했다가 같은 해 10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칸서스KHB에 콜옵션과 함께 3900억원에 다시 양도하며 품에 품지 못했다.

2016년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금호터미널을 앞세워 재인수전에 나셨다. 당시 금호터미널은 실탄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금호리조트 지분을 아시아나IDT·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세이버에 406억원에 매각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던 금호기업과 합병한 금호홀딩스는 2017년 금호고속을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금호고속으로 변경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후에도 유동성 확보에 허덕여왔다. 지난해에는 광화문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하는 등 그룹 안정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감사보고서 사태로 결국 대우건설 인수 13년만에 그룹이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도 산은과 채권단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선제적 행동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달리 자칫 그룹존립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구조조정 당시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그룹의 허리가 확실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그 허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다시 살아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자구안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아시아항공을 매각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실상 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앞으로의 3년이 금호아시아나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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