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TV 여성 앵커가 무역전쟁을 치르는 자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29일 오후 8시(미국 현지시간) 토론 배틀을 가질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전세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폭스 비즈니스 채널의 트리시 리건(46)과 중국중앙텔리비전(CCTV) 산하 국제방송인 CGTN의 류신(劉欣·45). 두 여성 앵커 모두 지금까지 수차례 방송과 트위터로 설전을 나눈 사실에 비춰볼 때 불꽃을 튀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상대가 손을 들 때까지 이어지는 끝장 토론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위성을 통해 연결될 이 토론 배틀은 리건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류신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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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TV 산하 CGTN의 여성 앵커 류신./제공=CGTN 화면 캡처
공산당 내부 간행물인 찬카오샤오시(參考消息)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둘은 원래 전혀 모르는 생면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4일 리건이 미·중 무역전쟁에 관해 논평을 하면서 둘은 운명적으로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리건이 “중국의 번영은 미국의 이익을 대가로 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국에 와서 (지식재산권) 수십억 달러를 훔쳤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매년 60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전쟁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하자 6일 후인 22일 류가 자신의 방송에서 반격을 가하면서 설전을 시작한 것. 당시 류는 “리건이 인용한 통계 수치가 잘못됐다. 그의 논평은 감정적이다”라고 비판한 후 “미국의 손실액이 매년 6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는 중국 한 나라가 유발한 피해액이 아니다. 전세계를 범위로 한 것이다”라는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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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스TV 여성 앵커 트리시 리건./제공=폭스TV 화면 캡처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둘의 인연도 더 이상 진전이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리건이 다음날 곧바로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11분 간 재(再) 반박하면서 급기야 논쟁은 트위터로까지 옮겨갔다. 트위터의 글은 방송에서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었다. 리건이 우선 “당신이 팩트를 무시한 채 나를 감정적이라고 몰고 갔다”고 주장한 후 “당신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면 내가 응하겠다”고 밝혔다. 류 역시 즉각 “내가 당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할테니 무역전쟁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해보자”고 역(逆) 제안을 했다. 이에 리건은 “좋은 제안이다. 내 쇼에 공식적으로 초청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9일 오후 8시의 토론 배틀은 성사됐다.
토론 배틀 개막 이틀을 앞둔 중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애국주의로 무장한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준비를 잘해 이겨달라”,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줘라”는 등의 글을 올리면서 류를 응원하고 있다. 류 역시 토론에 필요한 경제 및 무역전쟁 관련 기본 상식을 확실하게 숙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설에는 베이징대학의 유명 경제학 교수 한 명으로부터 속성 과외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토론 배틀이 자국 정부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류가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섣불리 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워낙 방대한 무역전쟁 관련 내용을 단기간에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류에게는 버거운 대목이라고 해야 한다. 다만 류가 난징(南京)대학 영문과 출신으로 1995년 5월 세계영어연합회(ESU)가 주최한 세계 영어 말하기 대회 챔피언이라는 사실은 고무적인 사실이 아닌가 보인다. 속된 말로 류가 영어 말발에서는 리건에게 크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리건과 류신은 어떻게 하다보니 양국을 대표하는 여성 앵커가 돼버렸다. 만약 토론 배틀에서 실수를 하거나 밀렸다는 인상을 줄 경우 받을 타격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강심장이더라도 두려울 수 있다. 류가 밤잠을 못자며 토론 배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로 보면 괜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