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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르빠주 “연극,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경험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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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9. 05. 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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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887'로 내한...29일부터 LG아트센터서 공연
로베르
“지금은 안방에서 넷플릭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연극을 본다는 것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배우인 로베르 르빠주<사진>는 서울 중구 정동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연극 ‘887’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르빠주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연극 ‘887’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에 바탕을 둔다. ‘우리는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의 번호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왜 어린 시절 집 전화번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까’ ‘귀에 익은 소리와 친숙한 냄새들은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걸까’와 같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르빠주는 우리 뇌에서 작동하는 기억의 매커니즘, 그렇게 저장된 정보의 완전성에 대한 의문, 그 기억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정체성, 망각과 무의식,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 등 광대한 ‘기억’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옛 시절의 생생한 기억 속으로 관객을 이끌고 간다.

작품 제목인 ‘887’은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주소에서 따온 것이다. 퀘벡 시티 머레이가 887번지의 작은 아파트에 택시를 몰던 아버지, 어머니와 4명의 아이들, 치매를 앓던 할머니,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이 기억 속에 존재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기억’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람들은 기억을 잃은 것처럼 살아갑니다. 과거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를 기억 못하는 것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역사를 재현해서 기억을 되살려,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라고 봅니다.”

그는 연극 ‘887’을 만드는 과정이 “감정의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부활절에 찍은 사진을 꺼내보면서 ‘이 때 행복했었지’ 했죠. 하지만 디지털화 하기 위해 사진을 확대시켜보니 제 표정이 어두웠어요. 그 표정을 보니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한 것 같아요.”

연극 ‘887’의 무대 위에는 현재의 집, 어린 시절의 아파트 등 여러 공간으로 변신하는 세트와 기억에서 재현해낸 듯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모형들, 낡은 상자 속에 묵혀 있던 옛날 사진과 신문 이미지 등이 등장한다.

그는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와 창의적 스토리텔링으로 현대 연극의 경계를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연극 뿐 아니라 영화도 만들었으며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 연출과 대본을 맡기도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제작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연출도 했다.

그는 ‘달의 저편’ ‘안데르센 프로젝트’ ‘바늘과 아편’ 등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전통적인 연극에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한 연출가로 잘 알려진 그는 정작 자신은 “신기술에 무지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사실 저는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기술에 익숙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요. 덕분에 열린 마음으로 작품에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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