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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는 홍콩인들의 생활고가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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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19. 08. 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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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20%는 지옥 같은 생활 하고 있는 것이 현실
홍콩
홍콩의 한 아파트 분양 사무소에 몰린 홍콩인들. 분양이 될 아파트의 모습 마치 벌집 같다. 홍콩에는 이런 아파트들이 무수히 많다./제공=홍콩 롄허바오(聯合報).
12주째 이어지는 홍콩 시민들의 대대적 시위는 외견적으로는 홍콩 내의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송환법 개정안에 대한 반감 때문에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내부 사정을 잘 들여다보면 도화선이 혹시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바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6만달러가 무색한 홍콩인들의 형편없는 생활의 질이다. 즉 송환법 개정안에 대한 반감은 명분일 뿐 진짜 이유는 상당수 홍콩인들의 극심한 생활고가 이번 시위의 원인이라는 견해다.

홍콩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홍콩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현실은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최저 임금이 형편이 없다. 시간 당 37.5홍콩달러(5775원)에 불과하다. 이것도 지난해 10월 홍콩 정부 당국이 사용자들을 설득해 겨우 올린 액수다. 이 정도를 받고는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매일 10시간 전후, 1주일에 6일을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외식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껴 써야 고작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한다. 자가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고된 노동에 지친 심신을 달랠 장소도 구하지 못하는 딱한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주택 가격이 일반 홍콩인들이 감내 가능할 수준도 아니다.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웬만한 서민 아파트의 가격이 보통 평방미터당 50만달러에 이른다. 세 가족이 인간답게 살아갈 최저 수준의 50평방미터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2500만달러는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로 40억원에 가깝다. 당연히 고급 주택들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아무리 저렴해도 3∼4배 이상은 호가한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 뉴욕보다 27%, 싱가포르보다 90% 더 비싸다는 통계가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인근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기업인 홍창묵 씨는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대개 현지의 살인적인 집값이나 사무실 비용을 감당 못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바로 인근의 선전으로 눈을 돌린다. 당연히 만족도는 엄청나게 높다. 거의 반의 반 값으로 해결하는 케이스도 없지 않다”면서 홍콩의 살인적 부동산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도 많지 않은 사실까지 감안하면 홍콩은 서민들에게는 생활이 완전히 지옥 같다. 홍콩 인구의 20%가 절대 빈곤에 허덕인다. 이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평수로는 채 2평도 되지 않는 6평방미터의 주택에 사는 인구만 무려 20만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장 내지는 관으로 불리는 집들이다. 중국 극빈층이 사는 워쥐(蝸居·달팽이집), 이쥐(蟻居·개미집)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째 접어드는 시위를 주도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현실에 만족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연히 궐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의 우산 혁명이 아마도 이들이 불만을 표출한 최초의 경우라고 봐야 한다. 5년 만에 이들은 하나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분노,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번 시위는 2014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미완의 혁명으로 막을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왜 자신들이 궐기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줬다는 점에 비춰보면 나름 의미는 상당하다. 시위대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캐리 람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대목이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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