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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도 버거운데… 유가 30% 폭락에 ‘퍼펙트스톰’ 맞는 정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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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0. 03.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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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다시 1달러대로 추락… 실적 직결
사우디 4월 증산 예고에 하반기 성적표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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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로 역대 최악의 정제마진을 보고 있는 정유업계가 이번엔 산유국 증산에 따라 국제유가 폭락의 직격탄까지 맞게 됐다. 하루 새 유가 하락폭이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인 30%에 달하는가 하면 연내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날로 하향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초 전망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달 첫째 주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0.9달러 하락한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상승세를 타며 주간 기준 4달러 선까지 올라섰던 정제마진이 한 달도 안돼 다시 1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정유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보통 수요가 많아야 챙길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여파로 깊은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문제는 무너진 수요가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대규모 증산을 예고한 점이다. 러시아가 감산을 위한 국제 공조에 합의하지 않자 사우디가 실력행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증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시간 9일 오후 3시 기준 서부 텍사스유는 29.52달러로 전날 대비 28.5%, 브랜트유는 33.18달러로 26.7%, 두바이유는 31.32달러로 27.8%의 대규모 폭락을 면치 못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연내 20달러 선으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에 시달려왔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며 5월께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람코가 증산에 나서는 시점을 4월부터라고 못 박으면서 장기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5년여간 국제유가가 100달러에서 20달러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산전수전을 겪은 정유업계는 기름만 팔아선 승산이 없다고 여기고 서둘러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왔다. 정유4사 모두 종합에너지화학회사를 표방하며 윤활유 등 화학사업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실적이 2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8조원 규모 다운스트림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에쓰오일이 대표적이다. 실적악화에 창사 첫 희망퇴직까지 추진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이젠 생존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 공장 착공에 나서야 할 판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정유사들의 재무 현황과 대규모 투자단행 여부, 자금 마련 방안의 건전성 등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무리수로 판단될 경우 당장 신용등급이 강등 될 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천수답 사업인 정유사가 할 수 있는 건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에 나서거나 화학사업으로 갈아타는 수밖에 없지만,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기다리는 일 외에 당장 정유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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