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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은 업계서 거의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와 친인척 지분이 없는 곳입니다. 유 박사의 자녀와 손녀, 친인척들 중 누구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으로 유 박사가 자신이 보유한 개인주식 8만3000여 주를 기탁해 만든 재단입니다. 유 박사는 사후 유언장을 통해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한 바 있으며 그의 외동딸이었던 故 유재라 여사도 생전 모은 전 재산(시가 200억원)을 재단에 기증하고 떠났습니다. 유 박사는 아들인 유일선씨에 대해 ‘대학 졸업을 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유언도 남겼는데요. 실제 유 씨 또한 미국에서 국제변호사로 지냈으며 회사 경영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생전 유 박사의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가족 모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떠난 셈입니다.
유 박사는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유한양행의 주식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유학 후 고국에 돌아왔지만 일제 식민 치하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누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한양행을 설립했습니다. 일찍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으며 1969년부터는 사장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면서 51년간 그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실제 50여년간 유한양행은 내부 승진자로 CEO를 배출해오는 곳입니다. 유한재단 이사장 선임 절차 또한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유한양행의 대주주로서의 조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도 명망 있고 평판 좋은 인물을 모셔오기 위해 안팎으로 엄중한 검증 끝에 선임을 한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주인 없는 회사’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오히려 내부 승진으로 CEO가 선임되고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유한양행만의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특히 유한양행의 OB들, 이미 회사를 떠난 선배들의 ‘설립자의 뜻을 지켜야 한다’는 아낌없는 조언도 계속돼 왔습니다.
유한양행은 올해로 창립 94주년을 맞았습니다. 업계선 유한양행이 약 100년간 설립자의 취지에 따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이어온 기업으로 꼽고 있습니다. 현재의 유한양행이 있기까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웃과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유 박사의 경영 철학을 지켜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