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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잘 만든 제네시스에 ‘아이덴티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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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0. 0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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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원영
최원영 경제산업부 기자
“제네시스는 뭐가 특출나나요? 어떤 특색이 있는 차예요?”

차를 제법 좋아하는 지인이 현대차그룹의 야심작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물어옵니다. 자동차 출입 5개월 차에 받은 쉬운 질문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말문이 턱하고 막힙니다.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한다는 제네시스가 과연 어떤 매력의 차인 지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가를 이룬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들여다봅니다. 드라이빙의 재미를 강조하는 BMW는 ‘역동적인 주행’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슬로건으로, 모델들은 날렵하고 민첩하게 달릴 수 있게 최적화돼 있습니다. 가장 럭셔리하고 우아한 차의 이미지는 벤츠가 갖고 있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슬로건답게 디테일까지 완벽한 명품카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최근 안전한 차로 뜨고 있는 차는 볼보입니다. 아나운서 최동석·박지윤 부부가 타던 XC90이 역주행 트럭과 정면 충돌했음에도 가벼운 경상에 그쳤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입니다. 마세라티는 뛰어난 주행성능도 있지만, 실제 웅장한 엔진음이 명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마세라티의 엔진 사운드는 피아니스트·작곡가·튜닝 전문가 등이 세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작곡’ 된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는 어떨까요? 그간 해외에서 싼 맛에 타는 차, 좋게 말해 경제적인 선택지가 돼 온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을 뒤집기 위해 나온 게 제네시스입니다. 성적표는 아주 좋습니다. 올 들어 벤츠와 BMW를 제치고 국내 고급차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내수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라, 고급 수입차 못지않은 잘 빠진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제네시스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해외시장에서도 먹힐까요? 이제 북미를 중심으로 본격 판매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네시스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어떤 차라고 어필해야 할 까요. 적당히 잘 나가고 적당히 멋있고 적당한 가격의 차?

진짜 맛집은 메뉴가 한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이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오직 그 메뉴를 먹기 위해 손님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색 없는 차는 오래 사랑받기 어렵습니다. 당장 차 값에 맞춘 합리적 선택은 가능할지 몰라도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차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아직 이미지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여정 중이라고 합니다. 한 개의 특성을 강화해 나가기보다는 대중들이 만족할 만한 성격을 확립하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셈입니다.

제네시스가 본격적인 북미·중국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법인 분리에 나서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제네시스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시점인 이유입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통일성 있는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이 중대한 결정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입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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