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반도체 수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즉각 8월 초 공언한대로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한 이른바 난니완(南泥灣) 프로젝트(계획)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 굴기’에 나선 화웨이와 중국에게 전화위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인가? 제2의 장정(長征)으로 불리는 난니완 프로젝트 출범의 전말과 허실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화웨이는 불과 7년 전만 해도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도 크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2014년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이후부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당시와 지난해 10월 정부가 조성한 각각 1200억 위안(元·20조4000억 원), 200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에서 지원되는 자금이 화웨이의 승승장구 식 급부상에 밑거름일 됐다. 급기야 지금은 반도체가 필수적인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미국적 시각에선 이를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공룡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보편적이었다.
결국 미국은 지난해 1월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공급을 제한하는 1차 제재의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화웨이가 주문, 설계한 제품의 위탁 생산까지 제한했다. 8월에는 내친 김에 드디어 15일 발효된 조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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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웨이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5% 남짓에 불과했고기술력도 평균 5년의 차이가 날 만큼 국제 수준과 차이가 많이 났다. 전적으로 모든 것을 해외에 의존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제재가 15일부터 본격화됨과 동시에 미국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자국의 중신궈지지청뎬루(中芯國際集成電路·SMIC)마저 제재, 곧 공급을 끊을 예정이라는 현실까지 더해지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제재를 예상하고 쌓아놓은 재고도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으로 독립하는 것만이 살길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업체 징둥팡(京東方·BOE)의 전 한국인 임원 K 씨는 “현재 상황에서 화웨이와 중국 정부가 난니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 그만큼 절실하다”면서 반도체 굴기에 앞선 자립 목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울며 겨자먹기라는 말처럼 미국이 죽이려고 작정을 한 이상 싫어도 자립해야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