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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땅이라더니…태국, 시위대에 물대포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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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0. 11. 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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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Protests <YONHAP NO-8666> (AP)
지난 8일 태국 방콕 시내에서 왕실을 향해 행진하던 시위대가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다. 시위대는 쁘라윳 총리의 퇴진,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며 수개월 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제공=AP·연합
마하 와치랄롱꼰(라마10세) 국왕이 “(반정부시위대도) 똑같이 사랑한다. 태국은 타협의 땅이다”라고 말한지 일주일만에 태국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에 또다시 물대포를 발사했다.

9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반정부 시위대는 예고대로 8일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수개월 째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주제·왕실 개혁을 외치고 있는 이들은 이날 민주기념탑에 모여 헌법 개정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는 저녁이 되자 군주제 개혁과 관련된 청원서를 왕실 측에 전달하기 위해 왕실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인 시위대의 규모는 약 1만 명이다.

앞서 집회 소식을 접한 태국 경찰은 약 8850명의 경찰을 배치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 날 경찰은 시위대에 왕궁 접근을 불허하는 한편, 왕궁 반경에서 최소 150미터 이상 떨어질 것을 요구했다. 또한 왕실로 가는 길에 버스 등을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요구에 불복하며 버스 한 대를 밀어 옮기면서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지난달 16일 파툼완 사거리 시위 이후 또 다시 물대포가 사용된 것이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쏜 물대포가 지난달 16일과는 달리 별도의 화학 물질이 섞여 있지 않았다. 물대포를 발사한 직후 경찰은 물대포 사용에 대해 사과했으나 이같은 ‘인정’이 시위대를 더욱 화나게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후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는 사남 루앙의 공터로 이동, 경찰과 협상하는 한편 왕궁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 붉은 우체통을 설치하며 국민의 이름으로 군주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성명을 낭독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 우체통에 국왕에 대한 요구사항을 적은 편지를 넣기도 했다.

앞서 반정부 시위대는 정치권에서 시위 사태의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인 ‘화해위원회’ 구성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인 쁘라윳 총리가 사퇴하지 않고 주도하는 위원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2월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로 해산된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돼 중고등학생은 물론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산됐다.

군주제와 국왕을 신성하게 여기며, 왕실을 모독할 경우 형법으로 최장 15년형에 처하는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인만큼 파장도 크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왕실 지지세력들이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군주제 수호 구호 등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군주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해 진정한 입헌군주제를 이루자는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군주제 개혁과 관련해 이들은 △400억 달러(약 45조 8000억원)로 추정되는 왕실 자산에 대한 공공 감독 강화 △왕실 모독죄 폐지 △국왕의 쿠데타 지지 및 정치 개입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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