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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서양화가이자 건국대학교 이사장을 지낸 김경희 씨는 자전적 작품 에세이집 ‘희망으로 꽃을 피워’에서 이같이 말한다.
이 책은 건국대 이사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 가려져 있던 ‘김경희’라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꿈과 좌절, 열정과 사랑의 얘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풍요롭고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건국대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의 맏며느리가 되었지만, 결혼 후 8년 만에 남편을 사고로 잃게 된다.
그 슬픔은 그를 끝없는 곳으로 추락시켰다. 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겨워, 두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도피해보기도 했다. 미술 공부를 하러 떠난 것이다. 하지만 두 딸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 일 년 남짓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건국대 평이사 자리를 하나 얻게 되면서 학교 일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권다툼과 사학비리 등으로 엉망이었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어떻게 만든 학교인데, 이렇게 절대 망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는 교수진과 노조, 이사진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학교를 살리기 위한 설득과 이해를 구했다.
어느 날은 택시를 타고 가 한 이사의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새벽 5시 창문에서 불이 켜진 순간 문을 두드렸던 적도 있을 정도다. 그 때 그는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이사장직을 맡겨 주시면 절대 실망시키는 일 없이 학교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를 무시하고 거칠게 몰아세웠던 사람들도 그가 왜 그토록 이사장이라는 자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는 태도를 바꿨다.
그 진심이 전달돼 그는 이사장에 취임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건국대 이사장으로서 병원 건립, 로스쿨 유치, 더샵스타시티, 더클래식500, KU골프장 설립 등 큰일들을 주저 없이 해냈다. ‘여장부 김경희’ ‘김경희가 하면 뭐든지 해낸다’고 주변에서 말했다. 지금의 달라진 건국대 위상에는 저자의 열정과 집념이 담겨있는 것이다.
저자는 “학교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17년의 시간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며 “나중에 그분들(시아버지와 남편)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는데, 부끄럽지 않아 다행이다”고 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미술에 매료돼 대학 4학년 때 국전에 입선한 그는 11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그룹전을 가진 중견 서양화가이기도 하다.
화가로서 그는 강렬한 색상과 과감한 붓 터치로 우리가 살아가는 생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화사하고 환상적인 색채로 생의 원천인 사랑, 추억, 기다림을 형상화했다. 붓 터치로 에너지를 분출하고 생명의 향기를 담아내며, 세상 속 절망과 슬픔을 희망과 기쁨으로 치환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저자는 “내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냈던 것처럼 내 그림도 나만의 색깔로 창조하며 그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창작에 대한 기쁨만으로 그림을 그리려 한다”고 밝혔다.
알에이치코리아. 304쪽. 2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