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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동차로 ‘힐링’ 섬 여행...인천 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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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1. 04.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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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보문사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으로 향하는 돌계단에서 본 풍경. 망망한 서해와 천연한 낙가산 기슭에 봄이 내려 앉았다./ 김성환 기자
짬을 내 석모도에 갔다.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島)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리면 닿는다. 예전에는 강화도 외포리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10여 분을 가야했다. 2017년에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가 놓였다. 이제는 자동차가 간다. 사실 뒤숭숭한 일상에서 확실하게 벗어나려면 망망한 바다의 섬이 좋다. 바쁜 도시인에게는 이게 만만치 않다. 뱃시간, 날씨 점검하고 한 짐을 챙기다 보면 떠나기 전에 지친다. “섬은 배를 타고 가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마음 내킬 때 훌쩍 다녀갈 섬도 필요해 보인다. 연륙교(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 연도교(섬과 섬을 잇는 다리) 놓이는 것이 못마땅한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바이러스로 일상이 꼬인 요즘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이 반갑다.

여행/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중생의 소원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고 전한다./ 김성환 기자
여객선이 드나들던 석포리나루터(석모나루)부터 들렀다. 어떻게 변했을까. 항구의 기능은 사라지고 ‘나룻부리항 시장’이 생겼다. 몇몇 음식점과 가게가 모여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석모도가 뜬 적이 있다. 영화 ‘시월애’(2000)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시월애는 시간을 초월한 애틋한 남녀 간 사랑을 그린다. 주인공의 집 ‘일 마레’도 화제였다. 갯벌 위에 필로티 구조(기둥이 건물을 받치는 형태)로 지었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집에 한번 살아보고 싶은 바람을 가졌다. 지금 일 마레는 철거됐다. 항구도 사라졌다. 그런데 추억은 더 단단해졌다. 옛 영화를 떠올리고 당시를 회상하니 오래된 항구도 멋진 풍경으로 다가왔다. 좋았던 지난날을 게워내 곱씹는 것도 괜찮은 ‘힐링’이다.

낙가산(245m) 중턱의 보문사도 갔다. 석모도에 온 사람들 대부분 보문사에서 마애석불좌상(마애관세음보살)을 알현한다. ‘눈썹바위’ 암벽에 새긴 관세음보살인데 중생들의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고 알려졌다. 일주문에서 경내로 드는 길은 가팔랐다. 이러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야도 빠르게 트였다. 경내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산중 사찰인데 경내에서 바다가 보였다. 전각 중에는 용왕을 모신 용왕전도 있었다. 석실은 유명했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 동굴처럼 만든 법당인데 ‘경기도 석굴암’으로도 불린단다. 경주 불국사 석굴암에서 느껴지는 운치는 없었다. 오히려 석실 앞의 수령 600년의 향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와불전도 있는데 열반에 드는 부처의 모습을 한 거대한 와불도 인상적이었다.

여행/ 보문사
보문사 경내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김성환 기자
보문사는 신라시대(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마애석불좌상은 극락보전 옆으로 난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10여 분을 더 올라간 곳에 있었다. 첫 인상은 웅장했다. 마애석불좌상의 높이는 9.2m, 폭이 3.3m란다. 그런데 코와 귀가 커서 얼굴이 투박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위압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1928년에 새겨졌는데 형태가 아직도 또렷했다. 석불 위에 툭 튀어나온 바위가 눈썹처럼 비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마애석불좌상도 볼거리지만 여기서 보는 서해의 풍광이 압권이었다. 망망대해가 눈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해넘이 명소로도 소문났다.

섬에 솟은 산은 높지 않다. 그러나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전망이 좋다. 석모도에는 큰 산이 서너 개 있다. 특히 보문사가 있는 낙가산을 가운데 두고 북쪽의 상봉산(315m), 남쪽의 해명산(327m)이 일렬로 늘어섰다.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능선을 따라 3~5시간씩 산행에 나서기도 한다. 낙가산과 해명산을 잇는 코스도 인기다. 장쾌한 풍광 때문이다.

여행/ 민머루해변
석모도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이 가능한 민머루해변/ 김성환 기자
여행/ 민머루해변
갯벌이 드러난 민머루해변은 거대한 야외조각 공원이다./ 김성환 기자
민머루해변은 산책하기 좋았다. 석모도에서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변인데 길이가 2km에 이르고 고운 모래도 제법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해변을 걸으며 상쾌한 바람을 맞았다. 과자를 들고 갈매기를 유혹하는 할머니와 손자도 있었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 해변은 거대한 야외전시장처럼 느껴졌다. 해변 가장자리의 바위들이 조각작품처럼 서 있었다.

어류(유)정항도 들렀다. 사진촬영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단다. 배를 대기 위한 부교와 등대가 있는 방파제가 멋진 배경이 됐다. 항구 끝에 이는 ‘어유정’이라는 정자 앞에는 바다로 향하는 나무덱 전망대도 있었다. 길이가 약 10m 되는데 걸으면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류정항은 석모도의 ‘회타운’으로 통한다. 항구 한쪽에 몇몇 횟집들이 모여 있다.
여행/ 어류정한
어류정항에는 바다로 향한 전망데크가 있다./ 김성환 기자
여행/ 어류정항
어류정항의 부교는 사진촬영을 위한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김성환 기자
자동차로 섬에 와서 풍경 좋은 구간을 걷는 사람들도 있다. ‘석모도 바람길’이 괜찮다. 석포리선착장에서 시작해 민머루해변, 어류정항 등을 지나 보문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16㎞의 산책로다. 완주하는 데 5시간쯤 걸린다. 물론 자동차로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 잠깐 걸어도 좋다. 석모도의 해안선 길이는 약 42km다. 한나절이면 이름난 곳들을 돌아볼 수 있다. 저수지와 낚시터도 몇 곳 있는데 강태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여행/ 석모도
삼산저수지 인근 낚시터 풍경/ 김성환 기자
다리가 놓여서인지 석모도에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는 듯 보였다. 도로를 따라가면 골프 리조트가 나오고 캐러밴을 갖춘 숙박시설도 여럿 보였다. 전망 좋은 카페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바다와 광활한 갯벌은 도시인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었다. 정신이 맑아지고 고단한 일상도 잊혔다.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 왔지만 석모도는 여전히 섬이었다.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섬이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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